황선우만 있는게 아니었다···르네상스 맞은 한국 수영, 항저우서 최고 성적 넘본다

황선우가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200m 자유형 메달 세리머니에서 동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후쿠오카 | 연합뉴스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한국 수영에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대회였다. 그동안 황선우(20·강원도청)만 바라보던 것이 이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만큼 훌륭하게 성장했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따내 세계선수권 2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올림픽,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는 박태환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록을 0.05초 더 줄여 1분44초42의 한국 신기록을 다시 수립했다.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대 중반에 접어들면 좀처럼 기록을 줄이기 힘든데, 황선우는 이를 극복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겼다. 자유형 100m와 계영 800m에서는 자신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는데, 앞으로 체력, 몸관리에 더 심혈을 기울이면 아시안게임 3관왕도 꿈은 아니다.

이번 대회가 더 고무적이었던 것은, 황선우 외에도 주목을 받은 선수들이 줄을 이어 나왔다는 것이다.

당장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황선우와 함께 출전했던 이호준(대구광역시청)이 대표적이었다. 지난 25일 열린 결승에 황선우와 이호준이 나란히 결승에서 레이스를 펼치면서 한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같은 종목 결승에 2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기록을 썼다. 황선우가 동메달을 땄고 이호준은 6위에 오르며 선전을 펼쳤다.

여기에 남자 자유형 400m에 나섰던 김우민(강원도청)도 개인 기록을 두 번이나 경신했다. 예선에서 3분44초50의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더니 이어진 결승(3분43초92)에서도 개인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김우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남자 자유형 800m에서는 비록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7분47초69로 박태환이 2012년 8월 런던올림픽에서 세운 7분49초93을 2초24 당긴 한국기록도 세웠다.

대한민국 남자 계영 대표팀이 28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계영 800ｍ 결승 경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준, 양재훈, 김우민, 황선우. 후쿠오카 | 연합뉴스

계영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황선우, 이호준, 김우민, 양재훈(강원도청)으로 구성된 남자 계영 800ｍ 대표팀은 예선에서 7분06초82의 한국 기록을 세웠고 결승에서는 7분04초07로 기록을 더 단축시켰다. 첫 번째 영자였던 황선우가 하필 감기몸살 때문에 몸상태가 100%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한국 신기록을 작성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물론 향후 세계선수권 메달권 입성 가능성까지 높였다.

자유형 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왔다. 지유찬(대구광역시청), 양재훈, 허연경(방산고), 정소은(울산광역시청)이 혼성 계영 400ｍ에서 작성한 한국 신기록(3분27초99)과 이은지(방산고), 최동열(강원도청), 김영범(강원체고), 허연경이 합작한 혼성 혼계영 400ｍ 한국 신기록(3분47초09), 그리고 이주호(서귀포시청), 최동열, 김영범, 황선우가 남자 혼계영 400ｍ에서 세운 한국 신기록(3분34초25)은 한국 수영이 그간 기울였던 많은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런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수영은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성과를 낸 것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금4·은3·동6)인데, 항저우에서 이 이상의 기록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