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차량사고로 위장, 보험금 타낸 남편...뒤늦게 구속

경찰, 단순 교통사고 결론 내리자
유족, 검찰에 "의도적인 사고 의심' 민원
검찰, 전담수사팀 꾸려 집중 수사
끝에 '보험금 살인' 범행 전모 확인

교통사고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아이클릭아트 제공]

사망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후 비탈길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서 범행을 은폐한 남편이 3년 만에 전모가 밝혀져 구속됐다.

이 사건은 자칫 단순 교통사고로 묻힐 뻔했다. 경찰은 초동 수사단계에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지만, 유족이 '의심스럽다'고 민원을 제기하자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 것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최재준 부장검사)는 살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A(55)씨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6월 2일 경기 화성시 한 산간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차량 조수석에 앉아 있던 아내 B(당시 51세)씨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심정지 상태의 아내를 태운 채로 차를 몰아 비탈길에서 고의 단독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사고 충격으로 차량에 불이 붙자 아내를 끌어내 함께 차량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내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고, 같은 달 15일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A씨는 수사 기관의 조사에서 "아내가 운전했는데,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교통사고가 났다"며 거짓으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찰은 차량 화재 원인, B씨의 사인 등에 대한 별다른 범죄 혐의가 나오지 않자 같은 해 10월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을 결론지었다.

하지만 2021년 3월 '의도적인 사고가 의심된다'는 취지의 유족 측 민원을 접수한 검찰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그 후 경찰은 수사 끝에 A씨가 실제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그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재송치했다.

그런데 A씨가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는 범행의 전모는 뒤늦게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CCTV가 없는 사건 현장을 여러 차례 사전 답사한 점, 아내 몰래 여행보험에 가입한 뒤 범행 전날 보험 기간을 연장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아울러 여러 기관의 정밀 감정을 통해 피해자의 사인인 '저산소성 뇌 손상'이 교통사고 전에 발생했다는 점, 사체에서 '저항흔' 등이 추가 발견된 점을 토대로 A씨의 계획 범행을 밝혀냈다.

법의학 감정 결과를 전달받은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대출 돌려막기를 하는 등 경제적으로 곤궁해지자 아내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보험금으로 5억2300만원을 받아냈다.

A씨는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1차 사건 송치 당시 차량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 방화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고, 시신 부검에서도 심정지 원인에 관해 불명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당시는 수사권 조정 전이어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단순 교통사고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단계에서 피의자의 살인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했다.

검찰은 "생계비와 자녀 학비 및 심리 치료 지원 절차를 유족에게 안내했다"며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선고되게 하겠다"고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