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하니 나가라?···뿔난 파리 센강 책 노점상들
파리의 명물인 센강변 책 노점상들이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위해 일시 철거돼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반발하고 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리 시 당국은 내년 7월26일 열리는 하계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센강변의 책 노점 가판대 570개를 옮기기로 했다. 이는 전체 노점의 60%에 해당한다. 경찰은 “명백한 보안상의 이유로 노점을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센강에서 수상 개막식으로 진행된다. 올림픽 역사상 개막식이 경기장 밖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60만명이 개막식을 보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는 개막식 당일에 3만5000명의 경찰과 군인을 투입하기로 했다.
상인들은 파리의 상징을 지우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롬 칼레 파리서적상협회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사람들은 에펠탑과 노트르담을 보러 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보러 오지만 파리시는 파리를 대표하는 행사에서 우리를 숨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칼레 회장은 “상인 대부분 이사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는 450년 동안 여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센강 양쪽 강변에는 ‘부키니스트’라고 불리는 서적상들이 강둑 난간에 나무로 된 녹색 접이식 가판대를 설치해 놓고 책과 엽서, 그림, 옛날 신문 등을 판다. 가판대 대열의 길이가 3km에 이른다. 16세기부터 형성된 유럽에서 가장 큰 책 노점거리이다. 상인들이 프랑스 왕들의 노점 금지 방침과1853년부터 시작된 도시 개조 당시 철거 위기 등을 넘기며 수백년 간 만들어 낸 풍경이다. 센강변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강변의 책 노점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하고 있다.
파리시가 계획한 노점 철거 기간이 개막식 당일 하루뿐인지 올림픽 기간 전체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파리시는 책 노점상들이 내년 7월26일부터 8월 11일까지 바스티유 광장에 새로 조성할 ‘서점 마을’로 옮기기를 권하고 있다. 가판대 제거와 보수, 재설치 비용을 당국이 모두 대겠다고 제안했다. 당국은 이사와 개조 작업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00년 이상 된 가판대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해온 알베르트 아비드는 “부서지기 쉬운 가판대가 이사 작업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서적상들의 사기도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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