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밝혀진 ‘아내 사망’ 전모? 경찰 “檢 지휘받아 교통사고 처리” [사건수첩]

아내 몰래 여행보험 가입…5억2000여만원 수령
경찰, 교통사고 결론…유족 “의도적 사고” 민원
檢 전담 수사팀…“저산소성 뇌 손상 사고 전 발생”
50대 남편, 범행 혐의 부인…재판부가 판단할 듯
경찰 “검·경 수사권 조정 前 검사가 지휘한 사건”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한 50대 여성의 사망 사건 전모가 뒤늦게 드러났다. 교통사고로 마무리됐던 이 사건은 유족 측 민원으로 검찰이 전담 수사팀을 꾸려 재수사에 나서면서  5억원대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으로 결과가 뒤집혔다. 3년 만에 구속기소 된 남편이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는 가운데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의 사건으로 당시 검사 지휘를 받아 사건을 송치했다”고 해명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최재준)는 살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A(55)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2020년 6월2일쯤 경기 화성시 한 산간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차량 조수석에 있던 아내 B(당시 51세)씨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심정지 상태인 아내를 태운 채 차를 몰아 비탈길에서 고의로 단독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사팀을 꾸려 이 사건을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한 범행으로 최근 결론 내렸다. 경찰이 초동수사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으로 처리한 뒤 유족이 ‘의심스럽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충격으로 차에 불이 붙자 아내를 끌어내 함께 차량 밖으로 빠져나온 뒤 수사 기관 조사에서 “아내가 운전했는데,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교통사고가 났다”며 허위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내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던 중 같은 달 15일쯤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경찰은 차량 화재 원인, B씨의 사인 등에 대한 별다른 범죄 혐의가 나오지 않자 같은 해 10월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을 결론 냈다.

그러나 유족이 2021년 3월 민원을 내자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A씨가 실제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그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재송치했다.

이후 A씨가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는 혐의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건 현장을 여러 차례 사전 답사한 점, 아내 몰래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뒤 범행 전날 보험 기간을 연장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아울러 피해자 사인에 대해 여러 기관에 정밀 감정을 의뢰해 피해자의 사인인 ‘저산소성 뇌 손상’은 교통사고 전에 발생한 것이고, 사체에서 ‘저항흔’ 등이 추가 발견된 점을 토대로 A씨의 계획 범행 혐의를 구체화했다.

검찰은 5월쯤 이런 내용의 법의학 감정 결과를 전달받고 전담 수사팀을 꾸려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대출 돌려막기를 하는 등 경제적으로 곤궁해지자 아내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보험금으로 5억2300만원을 받아냈다. A씨는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1차 사건 송치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차량에 대한 감정을 해보니 방화 혐의점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고, 시신 부검에서도 심정지 원인에 관해 불명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당시는 수사권 조정 전으로 수사 내용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안양=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