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 보낸 e메일 한 통, LG유플러스 CEO 만난 대구 여고생들
로봇사업·신사업 육성 조직 소속 임직원 직접 PT
동향 출신 CFO도 학생들과 점심 식사 자리 동석
지난 25일 LG유플러스 서울 용산사옥 4층 애자일 라운지. 기업로봇사업스쿼드 소속 이정현 책임이 앳된 얼굴의 학생들을 향해 “LG유플러스는 통신사인데 왜 로봇사업을 할까요”라고 물었다. 권보민양은 “휴대폰 사업이 조금 망하니까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로봇 아니었을까요”라고 답했다. 순간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책임은 “그게 정답”이라며 “직원들 월급을 주려면 지속해서 이익이 발생해야 하므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로봇 사업 담당자들의 프레젠테이션(PT)을 들은 뒤 LG유플러스에서 관리하는 서빙로봇도 직접 체험해봤다.
대구 경화여고 2학년생 4명이 서울 용산구에 있는 LG유플러스 본사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학생들이 우연히 식당에서 반찬을 가득 싣고 나르는 서빙로봇을 본 게 발단이 됐다. 학교 소프트웨어반 소속으로 미래에 정보기술(IT) 기업 취직을 꿈꾸는 권양과 친구들은 그길로 LG유플러스에 방문 의사가 담긴 e메일을 보냈다. 박다영양은 “보민이 가족이 모두 LG유플러스 가입자여서 한 번 e메일을 넣어봤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다른 IT·플랫폼 기업들에도 방문 의사를 타진했지만 회신이 온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했다.
학생들은 LG유플러스 서열 1위 최고경영자(CEO) 황현식 대표와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점심 파스타 회동’도 했다. 유년 시절 심리상담사를 꿈꾸다 IT 직종으로 진로를 바꾼 박양은 “나중에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지금도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여러분들이 그런 걸 할 때쯤이면 아마 없는 앱이 없을 것”이라며 “남들보다 어떻게 더 잘 만들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황 대표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소프트웨어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소양과 경험을 쌓아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입시가 끝나고 나면 폭넓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점심 메뉴를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해 파스타로 정했다.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학생들은 LG유플러스 신사업 발굴·육성 조직 ‘인피니스타’ 직원들과도 만나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스타트랙’에 대해 공부했다. 스타트랙은 기존 대기업 업무 방식과 달리 아이디어 발굴, 고객 분석, 프로토타입 제작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 신규 서비스를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반려견 훈련 플랫폼 ‘포동’과 일상 기록 플랫폼 ‘베터’도 탄생했다. 성일레인 전문위원은 “여러분들이 30대가 될 때쯤 사람들이 ‘LG유플러스가 통신회사였어?’라고 묻게 하고 싶은 포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은 황 대표의 ‘깜짝 선물’로 마무리됐다. 그는 본사 20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학생들에게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인 피아니스트 백혜선씨의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를 선물했다. 이 책은 살면서 좌절할 때가 가장 좋은 때이고 내적인 동기를 활용해 슬럼프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황 대표는 “사회 어느 분야든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으면 칭찬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라며 “여러분도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 칭찬하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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