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엔 밭에 가지 마세요”…극한 폭염에 쓰러지는 어르신들

이상헌 기자(mklsh@mk.co.kr), 우성덕 기자(wsd@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2023. 7. 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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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서만 하루새 4명 사망
당분간 찜통더위 이어져
외출 자제하고 물 자주 마셔야
서울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30일 서울의 길가에 온습도계까 35도를 알리고 있다.2023.7.30 [이승환기자]
장마가 끝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경북·경기 등에서 사망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동안 찜통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소방·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9분께 경북 예천군 감천면 관현리 풀밭에서 8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남성은 이미 숨진 상태로 체온이 상당히 높았다.

오후 2시 8분께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에서도 밭일을 하러 갔던 90대 남성이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경북에선 전날인 29일 하루 동안 온열질환으로 70~90대 4명이 사망했다.

전날 경남 밀양시와 남해군에서 농사 일을 하던 2명이 숨졌다. 남해군에선 80대 여성이 밭일을 하다 29일 오후 4시께 사망했고, 밀양시에선 지난 28일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던 50대 남성이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다 29일 오후 11시께 끝내 숨졌다.

경기에서도 주말 사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9일 오후 7시 50분께 양평군 옥수수밭에서 90대 여성이 쓰러져 숨졌고, 오후 4시 50분께 경기 안성시의 한 밭에서도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잇따랐다. 전날 오후 4시 48분께 광주 북구 임동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10대 여학생이 구토와 어지럼증 등 열사병 증세를 보여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오후 1시 38분께 남구 봉선동에서도 한 시민이 탈진증세를 보여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귀가했다.

끓는 서울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3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도심 모습.사진 속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2023.7.30. [한주형기자/ 연합]
질병관리청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전국 온열질환자는 1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4일과 25일 온열질환자는 각각 7명씩 14명었으나 장마 종료가 선언된 26일 46명으로 급증했다. 이어 27일 62명, 28일에는 70명으로 크게 늘었다.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5월 2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938명, 추정 사망자는 3명으로 이번 주말 상황이 반영되면 공식 집계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펄펄 끓는 더위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180개 기상특보 구역 중 제주 산간을 제외한 177곳에 폭염특보를 발효했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뜨겁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강한 햇볕이 지표면을 달구면서 체감온도가 매우 높겠다.

이날 서울, 강릉, 청주, 대구 등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이 33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런 양상이 이번 주 내내 지속되며 열대야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마가 끝나자 마자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무더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대기 불안정으로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소나기가 내리면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나 습도가 올라 무더위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심해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폭염에 질병관리청은 한낮 야외 활동을 되도록 자제하고 외출 시 자주 수분을 섭취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 온열질환 초기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옷을 헐렁하게 하고 몸을 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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