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로 보는 일본·중국 여행, 언제 떠나는 게 좋을까?
엔화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일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 엔화는 일본의 초완화통화정책에 힘입어 달러당 약 141엔으로 연초 대비 9% 약세다. 원화 기준으로는 100엔당 800원대를 기록 후 900원 수준에서 등락 중이어서, 국내 여행객들은 현재 2020년에 비해 30% 저렴한 일본 여행이 가능하다.
엔화가 언제까지 저렴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경제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0.1%로 재차 동결했다. 대표적 초완화통화정책인 수익률곡선관리(YCC)의 상하단을 여전히 ‘-0.5%~+0.5%’로 유지했다. 이 정책은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을 제한하고, 그 이상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를 낮추는 부양책이다.
정책 내용의 실질적 수정은 없었지만 일본 중앙은행은 수익률곡선관리 정책에 더 많은 유연성(greater flexibility)을 부여할 것이라 발표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상단(0.5%)을 넘길 경우에 즉각적 조치(국채 매입)에 나서기보단 1%까지 상승 범위를 열어둘 것이란 의미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실질적 정책 변경으로 인지했다. 국채금리가 정책 상단을 넘어도 정부가 곧바로 국채매입을 통해 금리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시중금리 수준은 1%까지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발표 후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0.56%를 기록해 상단을 뚫었으며, 엔화 가치는 최근의 약세 흐름을 일부 되돌렸다.
일본이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 보는 다른 근거는 높은 물가에 있다. 6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를 기록해 목표(2%)를 크게 상회했다. 대외적으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 경기 부양을 견인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높은 물가를 잡아야하는터라 금리를 마냥 내릴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일본 중앙은행의 발표는, 일본 정부가 ‘성장’만을 결정 변수로 두지 않고 ‘물가’도 같이 고려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엔화의 변곡점은 이번 3분기 내로 올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가 물가 잡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경우 엔화는 빠른 속도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한편 위안화 역시 중국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사실상 정책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꾸준히 인하하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위안화는 달러당 7.1~7.2위안 수준이며 원화 기준으로는 위안당 178원 수준의 약세를 기록 중이다. 국내 여행객은 중국 역시도 작년보다 많게는 13%가량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은 부진한 경기를 보이며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기대가 좌절됐다. 시진핑 3연임 이후 차이나런(중국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발생하는 과정에도 중국에 남아있던 투자자금은 리오프닝 효과에 실망하며 최종적으로 중국을 이탈하고 있다. 그 원인은 소비가 부진하며 부동산 경기 냉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소비가 부진한 원인은 저축에 있다. 연초 중국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부담에 개인과 기업은, 정부가 제공하는 유동성에 ‘소비’가 아닌 ‘저축’으로 대응했다.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고 원하는 수준의 경기성장 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방정부 부채가 심각한 수준인 것도 문제다. 토지 개발을 기반으로 수입을 올리던 지방정부의 부채 수준은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높아졌다. 경기 반등 기세 역시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서기 위한 선결 조건인 중국의 경기 반등은 단기간 내 이루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소비 활성화의 첫 번째 단계인 시민들의 소비심리 개선은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고, 중국 부동산 시장 개선 역시 점진적 정책 수정을 통해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경우 위안화의 약세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을 것이며, 중국 여행은 지금 당장 급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예상한다.
NH선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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