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의 '악귀' 가고 '경이로운 소문2' 악귀 왔다...'배턴 터치'[M-scope]
tvN 토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첫 방송
같은 악귀 소재이지만...담백vs캐주얼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드라마계에서 뛰노는 '악귀'가 '경이로운 소문2'에 옮겨 가며 배턴을 잇는다.
지난 29일 SBS 금토 드라마 '악귀'가 자체 최고 시청률 11.2%로 막을 내린 가운데, 새로운 악귀가 합류한 tvN 토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이하 '경이로운 소문2')가 같은 날 첫 방송으로 배턴을 이어받았다.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 '악귀'는 김은희 작가와 김태리가 합을 맞춘 작품으로, '시청률 가뭄' 속에서도 호성적을 기록했던 '모범택시2'와 '낭만닥터 김사부3' 후속으로 방송돼 SBS 금토 드라마의 명맥을 이은 작품이다.
'경이로운 소문'은 지난 시즌을 통해 OCN에 역대 최고 시청률을 안겨줬던 드라마다. 이제 tvN으로 채널을 옮겨 방송하는 상황에서 시즌1 첫 회 시청률인 2.7%보다 높은 시청률 3.9%로 출발을 알렸다.
악귀라는 같은 소재를 사용한 두 드라마는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과연 SBS '악귀'는 무엇을 남겼고, 같은 날 배턴을 이어받은 tvN '경이로운 소문2'는 전 시즌에 이어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청춘을 향해 던진 '악귀'의 메시지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 시리즈 등 다수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린 김은희 작가는 오컬트 장르물인 '악귀'를 통해 청춘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열린 '악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정림 감독은 "김은희 작가님과 첫 미팅 때 악귀 제목만 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장르일까 걱정했는데, 작가님께서 청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악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겉보기엔 귀신 들린 사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을 나열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젊은 세대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며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을 간직한 채 철옹성같이 단단하고 높은 사회의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해 도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거듭 좌절하고, 자신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는 또래들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며 자존감은 점점 낮아진다. 결국 이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본인의 삶을 한탄하고 좌절하며 어둡고 우울한 내면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성공'과 '돈'을 좇고, 결국 좌절하는 청춘들의 약점은 극 중 악귀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물론 악귀 또한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미술'이라는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본인의 주체적인 삶'을 갈망하고 있었다.
'악귀' 11회 중 악귀 이향이(심달기)가 구산영(김태리)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돈이 곧 권력이고 모두가 날 이용해 뭔가를 가지려 했지만, 너는 너답게 살기를 원했다"며 그를 숙주로 삼은 이유를 밝혔다. 또한 12회에서 염해상(오정세)과 마주한 악귀는 "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악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외롭고 힘들다는 이유로 죽고 싶어 한다. 그럴 거면 내가 열심히 치열하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보겠다"고 한탄한다. 이승에서는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의식하지 않고 본인의 꿈을 펼치지 못했지만, 악귀는 저승에서라도 이를 이뤄보겠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12회에서 거대한 달과 어둠으로 가득 찬 거울 속 세상에 갇힌 구산영의 모습은 공포감을 안겨주면서도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돈' 때문에 내적 상처를 겪고, 또래들과 비교당하며 자존감을 잃은 구산영은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자부하면서도 힘들고 모진 삶을 살아왔던 본인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둠 속 덮쳐오는 귀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유일한 탈출구는 남을 위한 삶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김은희 작가는 '악귀'를 통해 공포감을 불어넣는 에피소드를 그렸지만, 본질적으로는 남들이나 주변 환경을 의식하며 꿈을 꾸는 삶을 살기보다, '본인이 살고 싶은 삶'을 꿈꾸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청춘들에게 던지려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구산영'과 '악귀' 사이, 김태리의 섬세한 표정 변화
'악귀'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김태리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도 있다. 생활력이 부족한 엄마 윤경문(박지영)과 함께 힘든 삶을 살아가던 구산영과, 어두운 면이 강조돼야 했던 악귀까지 1인 2역으로 분했던 김태리.
김태리의 연기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두 배역 간의 간극이 커졌다. 아버지 구강모(진선규)의 죽음으로 악귀에 얽히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던 구산영은 점차 지치고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악귀일 때는 얼굴에 서늘함을 담아내며 '미스터 션샤인' 고애신의 청초한 웃음을 잊게 만드는 섬뜩한 웃음으로 공포감을 배가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1인 2역이 특히 어려웠다고 밝힌 김태리는 "악귀의 원래 모습과 내적 욕망에 공감하는 과정에서 두 인물이 분리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는데, 실제 극 중에서 이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동양형 공포물은 어땠나
악귀에 들린 사람이 악행을 일삼고, 결국 신부나 초능력자에 의해 '엑소시즘' 혹은 '물리치료'를 당하는 작품 콘셉트는 '프리스트' '손 the guest' '사자' '경이로운 소문' 등 국내에 만연할 정도로 이미 꽤 선보여진 바 있다.
하지만 동양형 오컬트 미스터리물인 '악귀'는 이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염해상의 전공이자 선조들의 설화에서 비롯한 민속학, 악귀와 연관된 상징물 등을 봉인하며 악귀에 맞서는 모습은 앞서 언급한 작품들에 비해 단조로웠지만, 늘 있던 시도와 다른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확보했다.
'힘'을 바탕으로 통쾌함을 제공하는 구마 과정이 반드시 옳다는 건 아니다. 악귀에 얽힌 서사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차근차근 악귀에 맞서는 '동양형 구마'는 '서양형 구마'처럼 확 몰입되기보다 서서히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악귀 소재로 배턴 이어받아 '새 출발' 나선 경이로운 소문2
'악귀'가 막을 내리고, 캐주얼한 악귀들이 새로 합류한 '경이로운 소문2'가 지난 29일 첫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더 강해진 능력과 머리 컬로 돌아온 소문(조병규)을 비롯한 카운터즈(유준상, 김세정, 염혜란, 안석환)가 아이들을 인질로 삼아 유치원 버스로 위험한 곡예운전을 하던 악귀를 잡아내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이렇게만 보면 지난 시즌처럼 카운터들이 우여곡절 끝에 악귀들을 때려잡겠구나 싶었지만, 중국에서 현지 카운터들을 제압하고 치유, 기억 읽기 등 이들의 능력을 흡수한 필광(강기영), 겔리(김히어라), 웡(김현욱)이 새롭게 등장해 첫 화부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경이로운 소문2'는 '악귀'와 비슷한 소재로 배턴을 이어받았지만, 막을 내린 '악귀'의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다. 유쾌하고 캐주얼한 방식으로 '악귀'를 향해 물리치료에 나서는 '경이로운 소문2' 극 전개는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하고 리듬감 있게 흥미를 제공하며 다가갈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돌아온 악귀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만큼, 이들의 승부는 어떻게 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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