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金 도보다리회담 ‘고압선 아래·폭 좁아서’ 무산될 뻔”…정상회담 비화 공개

정충신 기자 2023. 7. 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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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끈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이 무산될 뻔했던 뒷얘기가 전해졌다.

윤 전 비서관은 결국 포기하고 마음을 접었으나, 회담 전날인 4월 26일 북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고, 그렇게 살아난 도보다리 회담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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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관 전 靑비서관, 저서서 정상회담 뒷얘기 공개…“불가 방침 北, 하루 전 수용”
北 김창선 “고위험 시설 아래로 국가 최고지도자 걸을 수 없다” 처음엔 불가 입장
文 “나도 몰랐던 얘기 많아…금품 관련 부정·비리 없었던 靑 사람들에게 고마워”
2018년 4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회담에 앞서 도보다리를 걷고 있다. 이 회담은 도보다리 위에 고압선이 지나가 국가최고지도자 회담으로는 부적합하다는 북한 측 주장으로 무산될 뻔했다. 원래 폭 150㎝인 도보다리가 두 정상이 나란히 산책하기엔 좁다는 결론이 나와 난간을 일자형으로 개조해 널판을 2개 더 설치, 50㎝ 공간을 더 확보하도록 개조됐다.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끈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이 무산될 뻔했던 뒷얘기가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도보다리 회담 기획자 중 한 명인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최근 펴낸 저서 ‘나의 청와대 일기’에서 "도보다리까지의 산책과 회담은 애초 불가능한 일정이었다"며 성사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소개했다.

남북 정상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고 회담 이틀 전인 4월 25일 최종 리허설을 했는데, 북측이 이때 ‘도보다리 회담 불가’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한다.

회담장에서 출발해 도보다리까지 향하는 200∼300m 거리에 유류 탱크가 있고, 도보다리 위로는 고압선이 지난다는 게 이유였다. 윤 전 비서관에 따르면 의전 문제를 함께 논의해 온 북측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고압선을 보고 "이런 고위험 시설 아래로 국가 최고지도자가 걸을 수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에 윤 전 비서관이 ‘기름이 없으면 유류 탱크는 위험하지 않다’, ‘고압선은 악천후일 때를 제외하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등으로 설득했는데도 소득이 없었다.

또 원래 도보다리 폭은 150㎝로 두 정상이 나란히 산책하기엔 좁다는 결론이 나와 난간을 유엔군사령부를 설득해 일자형으로 개조, 널판을 2개 더 설치, 50㎝ 공간을 더 확보하도록 개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비서관은 결국 포기하고 마음을 접었으나, 회담 전날인 4월 26일 북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고, 그렇게 살아난 도보다리 회담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위해 2018년 4월 폭이 넓어진 판문점 도보다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비서관은 "북측이 왜 하루 전날 입장을 바꿨는지는 지금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처음 대면한 김창선 부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회담에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남한에 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수행한 김 부장과 이미 안면을 트며 친분을 쌓았던 게 도움이 됐다는 취지다.

윤 전 비서관은 "왜 도보다리 친교 일정을 하기로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 뒤로 만남이 없어 답을 듣지 못했다"며 "언젠가는 다시 만나 꼭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날 페이스북에 "나로서는 무척 반갑고 고마운 책"이라며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고 나도 몰랐던 이야기가 많다. 그때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 이제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청와대는 가장 높은 직업의식과 직업윤리가 필요한 직장"이라며 "열심히 일했고, 달라지려 했고, 단 한 건도 금품과 관련된 부정·비리가 없었던 당시 청와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썼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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