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원금 100% 보장’ ETF 나왔다는데…투자해도 될까? [신화!머니?]

신화 기자(legend@mk.co.kr) 2023. 7. 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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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TV [신화!머니?]

미국에서 투자 손실을 100% 보전해주는 ETF가 나왔다고 합니다. 주식형 ETF에 투자하고는 싶은데 원금 손실 걱정이 앞섰던 분들에게 희소식일 것 같은데요. 수익은 수익대로 가져가는데, 손실 위험이 없는 상품이라는 말만 들으면 ‘꿈의 ETF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이 상품에도 분명 장단점이 있을 텐데요. 오늘은 새로 나온 이 ETF가 어떤 상품인지, 투자에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이 상품의 이름은 Innovation Equity Defined Protection ETF(TJUL)입니다. 미국 최대 ETF 운용사인 이노베이터에서 지난 18일에 출시했습니다.

https://youtu.be/VkNlkbET-0s
이 ETF는 쉽게 정의하면 ‘S&P500지수를 추종하는 극한의 버퍼형 ETF’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퍼형 ETF는 말 그대로 버퍼(완충 장치)를 가진 ETF입니다. ETF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는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겁니다. 다만 중요한 게, 손실을 보전해 주는 대신 수익의 범위도 제한됩니다. 수익률이 과하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시는 분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가지수를 추종하되 하방과 상방이 모두 막혀 있다는 건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신화!머니?> 영상 갈무리
열쇠는 ‘옵션거래’에 있습니다. 옵션거래는 미래의 어떤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팔 권리를 현재에 계약하는 겁니다. 미래에 살 수 있는 권리는 콜옵션이고, 팔 수 있는 권리는 풋옵션입니다. 콜옵션은 지수가 오른다는 것에 베팅하는 거고요, 풋옵션은 지수가 떨어질 것에 베팅하는 겁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인데, 삼성전자 1주를 보유한 A가 B랑 거래를 합니다. A는 3개월 뒤에 B에게 이걸 7만4000원에 매도하기로 하고, B는 미래에 이걸 살 수 있는 권리를 받았으니까 이 대가로 1000원의 옵션 프리미엄을 A에게 지급합니다.

<신화!머니?> 영상 갈무리
그렇게 3개월이 지났습니다. 만약 주가가 7만원이라면, B는 이 주식을 7만4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까요? 아마 안 할 겁니다. 그럼 A는 옵션 프리미엄 1000원을 번 거겠죠. 다만 3개월 뒤 주가가 8만원으로 올랐다면, B가 옵션을 행사해서 주식을 7만4000원에 싸게 사 갈 겁니다. 이 경우에 A는 눈물을 머금고 가진 주식을 내줘야 해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신화!머니?> 영상 갈무리
그래서 콜옵션 매도의 경우 옵션 만기일에 주가가 내렸다면 옵션 프리미엄으로 어느 정도 방어가 되지만, 주가가 올랐다면 약속한 가격에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만큼 수익이 제한되는 겁니다.

TJUL ETF의 경우 ‘콜러 전략’이라는 구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콜옵션은 매도하고 풋옵션은 매수하는 전략인데, 콜옵션을 매도해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 옵션 프리미엄으로 낙폭을 좀 줄이고, 풋옵션을 매수해서 주가가 떨어질 때 손실에 대비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방어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화!머니?> 영상 갈무리
여기까지 들으면 이 ETF, 참 괜찮은 상품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로 이 ETF는 만기가 2년입니다. 거래 첫날인 2023년 7월 18일부터 2025년 6월 30일까지 2년간 연속해서 보유한 투자자들만 수익을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내가 중간에 ETF를 팔기라도 하면 원금 보장이 전혀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신화!머니?> 영상 갈무리
두 번째로, 100% 손실 보전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사실 투자에 100%라는 건 원래 없긴 하지만요. 이 부분에선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에 등장하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고 싶은데요, 이 ETF와 관련해서 모닝스타의 패시브 전략 연구 책임자인 브라이언 아머는 “2008년이나 2020년과 같이 풋옵션 수요가 극도로 팽창하는 비이성적 시장이 연출되면, 파생 상품 투자를 통해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전략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상품은 풋옵션 매수로 헤징하는 전략인데, 풋옵션 가격 자체가 치솟는 상황이 오면 곤란해질 수 있다는 거죠.
<신화!머니?> 영상 갈무리
이 상품 같은 경우 운용수수료의 함정을 보실 필요도 있습니다. 버퍼는 ETF 운용수수료를 차감하기 전 기준 가격으로 계산됩니다. 이 ETF는 헤징하는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0.79%로 ETF치고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방이 막혀 있는 만큼 상방도 막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승장에서 지수 수익률을 못 따라간다는 건데요. 최대 수익률 자체가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2년간 16.62%의 수익률 상한이 설정돼 있는데요, 연이율로 치면 한 8% 정도가 최대치인 겁니다. 그러니까 2년 새 S&P500지수가 30%가 오르든 40%가 오르든 내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수수료 제외 16.62%가 최대인 겁니다.

제가 아까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즈 기사를 보면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에 시장의 리스크를 전적으로 피하고 싶다면, 애초에 왜 주식에 투자하냐?” 같은 지적을 하기도 한다고 해요. 주식이라는 거 자체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가로 수익을 기대하는 건데, 이 논리를 따르지 않을 거면 굳이 주식을 해야 하냐는 거죠. 실제로 주식보다 리스크가 덜한 다른 금융상품들도 다양하고요.

<신화!머니?> 영상 갈무리
사실 정말 베스트 시나리오에서 연 7% 정도의 수익률을 받는 건데, 개인적으로 그냥 채권이나 채권형 ETF에 투자하는 게 어떨까 싶긴 합니다. 똑같이 만기가 2년인 채권, 혹은 채권형 ETF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4.8% 사이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데, 굳이 TJUL에 투자해야 하나? 싶은 거죠.

결론입니다. 제 나름대로 내려봤는데요. 이미 포트폴리오에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달러, 원자재, 이렇게 다양한 자산을 담고 계신 분들은 굳이 이 상품에 투자하실 유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안전자산인 채권이나 달러, 금 등이 이미 어느 정도 주식의 위험을 분산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상품은 ‘나는 포트폴리오에 주식 비중이 너무 높다. 그런데 S&P500지수에 투자하는 ETF를 더 사고는 싶은데, 앞으로 시장은 약간 불안하다’ 하시는 분들에게 더 적절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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