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막걸리’ 표지 안 돼”…가수 영탁, 상표권 분쟁 1심 승소

트로트 가수 영탁(본명 박영탁)이 전통주 제조사 예천양조와의 상표권 분쟁 1심에서 승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재판장 이영광)는 가수 영탁이 예천양조를 상대로 낸 상품표시 사용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지난 14일 판결했다.

예천양조는 2020년 1월28일 영탁이라는 막걸리 상표를 출원하고 그해 4월 영탁 및 소속사와 모델 출연 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5월부터는 ‘영탁 막걸리’를 출시해 판매했다.

예천양조는 그러나 약 2개월 뒤 특허청으로부터 연예인 예명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당했다. 예천양조는 영탁 측과 출원상표에 대한 승낙 및 막걸리 판매로 인한 수익 분배 등에 관해 협의했으나 2021년 6월 최종적으로 협상은 결렬됐다.

영탁 측은 예천양조와의 모델 계약이 종료돼 표지를 사용할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계속 막걸리에 ‘영탁’ 표지를 사용해 광고했다며 상표를 금지하고 제품을 모두 폐기해달라는 이번 소송을 냈다.

예천양조는 재판 과정에서 영탁이 가수로서 활동하는 방송·공연업과 자신의 탁주 제조·판매업 사이에 관련성이 없고 고객층이 중복되지도 않아 혼동 가능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연합뉴스

재판부는 일반수요자가 예천양조의 ‘영탁’ 표지 사용에 관해 영탁과의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오인할 수 있다며 영탁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영탁)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른 ‘막걸리 한 잔’이 크게 화제가 돼 여러 막걸리 업체로부터 광고모델 제안을 받았다”며 “영탁막걸리 출시 이후 2020년 피고(예천양조) 매출액이 전년 대비 42배가량 증가했다”고 짚었다.

이어 “여러 상을 받은 점 등에 비춰보면 이 사건 표지는 막걸리 분야에서 상당히 강한 식별력과 고객흡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고가 이 사건 표지를 막걸리 제품에 계속 사용하는 경우, 원고와 계약상 관계가 존재한다고 오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영탁’이라는 표지가 표시된 막걸리 제품을 생산, 양도, 대여, 수입 등을 해선 안 되고, 막걸리 제품 포장 및 광고에 표지를 표시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예천양조의 막걸리 제품에서 ‘영탁’이라는 표지를 제거하라고 했다. 예천양조는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25일 항소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