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0대 서명 위조한 보험설계사, 상품 69개 몰래 가입시켰다

김남명 기자 2023. 7. 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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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가 금융 지식에 어두운 노인과 사회초년생 등을 상대로 수십차례 보험 상품을 가입하고 해약하기를 반복하며 모집 수당을 챙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도 보험설계사가 고객 몰래 보험 상품 45개를 가입했다가 해약하기를 반복한 사건을 접수 받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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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해지 반복해 수당 1억 챙겨
경찰, 사문서 위조로 입건 수사
보험사 대책 없어···감시장치 시급
[서울경제]

보험설계사가 금융 지식에 어두운 노인과 사회초년생 등을 상대로 수십차례 보험 상품을 가입하고 해약하기를 반복하며 모집 수당을 챙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혐의로 보험설계사 김 모(62) 씨에 대해 수사 중이다. 김 씨는 지난 2017년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여성 최 모(71) 씨와 직원 이 모(62) 씨에게 접근해 보험 등 금융 업무를 관리해준다는 명목으로 모두 69개의 보험에 강제로 가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그는 보험 상품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면서 각 보험 계약 건마다 지급되는 모집 수당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피해자가 보험 가입을 거부하자, 피해자들의 서명을 위조해 본인이 직접 보험 서류를 작성하거나 피해자의 휴대폰을 가지고 가 인증 과정을 대신 거치기도 했다. 김 씨가 이렇게 6년간 범행을 저지르면서 챙긴 보험 모집 수당은 1억 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보험 가입과 해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69개 보험 상품에 납입했던 보험금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해 약 3억 원의 손실을 봤다.

이 같은 사례는 더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도 보험설계사가 고객 몰래 보험 상품 45개를 가입했다가 해약하기를 반복한 사건을 접수 받아 수사 중이다. 피해자 유 모(39) 씨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보험 상풍 45개에 가입돼 지난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보험금을 총 9500만 원 가량 납입했으나, 보험계약사가 모두 몰래 해지하기를 반복하면서 원금 9500만 원 중 5900만 원을 날렸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본인이 보험 상품을 가입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가족과 지인 등의 도움으로 뒤늦게 피해 사실을 인지한 경우가 많았다. 금융 지식에 어둡고, 휴대폰 조작 등 디지털 조작에 서툴렀던 탓에 각종 금융 정보는 물론 휴대폰 조작 권한까지 속수무책으로 내줬다가 사기를 당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부분 보험사에서는 단기간에 보험 상품을 여러 개 가입하거나 해약을 반복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사망 보험금 지급 상한선을 제한하는 등의 장치는 존재하지만, 일정 기간 동안 보험 상품 여러 개를 가입한다고 해서 이를 사기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보험대리점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 역시 “협회가 보험사의 영업적인 부분에 관여할 권한은 없고, 수많은 설계사를 일일이 다 관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사 내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강봉성 법무법인 보정 변호사는 “이번 범죄는 서민층을 상대로 한 범죄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금융감독원 등 정부차원에서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며 보험회사 내부적으로도 감시 시스템 등 자체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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