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장애연금 신청, '가입 전 우울증' 때문에 거절…법원 "부당"

/사진=뉴스1

조현병 진단을 받고 장애연금을 신청한 환자에게 '연금 가입 전 우울증 진료기록이 있다'며 지급을 거부한 국민연금공단이 패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환자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장애연금 지급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999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A씨는 2020년 2월 '신체통증으로 우울증상이 반복돼 조현병이 발생했다'며 장애연금을 청구했다. A씨는 2018년 3급 정신장애인으로 등록됐고 조현병을 처음 진단받은 날(초진일)은 2015년 7월로 기재했다.

공단은 A씨가 연금에 가입하기 전 발생한 질병으로 장애연금을 청구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A씨의 1996년 진료기록지에 허리 통증 등으로 우울감을 호소한 내용이 적혀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공단의 지급 거부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진료기록을 추가로 검토한 결과 A씨는 2005~2008년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았고 2015년 7월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응급실로 실려간 뒤에도 '우울증 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이 서류상 처음으로 A씨에게 조현병 진단을 내린 시점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였다.

재판부는 "설령 조현병이 국민연금 가입 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초진일은 국민연금 가입 중이었던 2015년이고 A씨가 국민연금 가입 당시 조현병 발병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공단의 지급거부처분을 취소했다.

A씨에게는 옛 국민연금법상 장애연금 수급권자 조항이 적용됐다. 당시 조항은 질병의 초진일이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이고 가입 당시 발병 사실을 몰랐다면 '가입 중 생긴 질병'으로 간주하도록 규정됐다.

국민연금법이 2016년 5월 개정되면서 당시 조항에는 '초진일 5년 전부터 초진일까지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됐지만 A씨는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 전에 조현병 진단을 받아 적용을 면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