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어색하다는 '경소문2', 너무 섣부른 실망은 금물인 이유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7. 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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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드라마 ‘경소문2’가 순항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시즌2로 돌아왔다. 국수집 직원으로 위장해 악귀를 사냥하는 카운터들과 그들과 연결된 저승파트너라는 세계관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이들이 악귀가 빙의된 자들과 맞서 싸우는 대결은 스케일이 더 커졌다. 시작부터 아이들을 태운 유치원 버스를 폭주하는 악귀와 벌이는 추격전이 펼쳐졌고, 카운터들은 버스를 세우고 아이들을 구하며 악귀를 때려잡는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줬다.

중국에서 카운터들을 죽이면서 그 능력을 흡수한 필광(강기영), 겔리(김히어라) 그리고 웡(김현욱)의 등장도 강렬했다. 작품을 위해 몸을 만든 강기영의 이미지는 전작이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선하디 선했던 정명석 변호사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고, <더 글로리>에서 이사라라는 악역을 인상 깊게 연기해냈던 김히어라는 악귀 겔리 같은 판타지적 악역에도 이물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이들의 모습은 이 작품의 스케일이 커졌고, 특히 중국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예감케 한다.

이처럼 <경이로운 소문2>는 액션의 스케일이 커지고, 악역도 훨씬 강렬해진 느낌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해진 극성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어색하다는 평을 내놓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액션이 그려지고, 소문(조병규)부터 가모탁(유준상), 도하나(김세정), 추매옥(염혜란) 그리고 최장물(안석환)까지 국수집 카운터들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인데 어째서 벌써부터 어색하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첫 회의 시작이기 때문에 블록버스터적인 볼거리에 치중한 면이 있었을 테지만, 이렇다 할 서사 대신 아이들을 구하는 액션부터 채워넣은 게 과연 효과적이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물론 시즌1에서 이들이 어떻게 카운터가 됐는가 하는 이야기는 이미 설명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말에 시즌1이 방영된 후 약 2년 반 만에 돌아온 시즌2여서 그런지 이 캐릭터들이 당시 갖고 있던 서사와 거기 담긴 정서들이 희미해진 느낌이다.

사실 시즌1에서 이 판타지적 세계관이 시청자들에게 납득되었던 것은 여기 등장한 카운터들이 겪은 사건들이 현실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소문만 해도 학교폭력이라는 현실의 피해자였다. 학교폭력을 일삼는 일진들과 맞서지만 가진 것 없는 소문을 학부모부터 학교 선생님까지 몰아세우는 상황이 펼쳐졌고, 그 때 카운터들의 물주이자 갑부인 장물유통 최장물 회장이 나타나 소문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저들과 대적하는 스토리가 그려졌다.

이러한 현실적인 서사를 밑그림으로 갖고 그 위에 판타지를 세워 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저런 카운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세계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시즌2는 이런 서사 자체를 거두절미하고 시작한다. 시즌1에 충분히 다뤘기 때문에 불필요하다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이로운 소문>처럼 사람이 날아다니고, 악귀가 들러붙은 자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을 저지르는 판타지 드라마는 먼저 현실적 공감대를 다시금 깔아놓고 시작하지 않으면 몰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캐릭터들의 연기가 다소 과장된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적당히 코믹과 액션을 뒤섞은 작품의 성격에 맞춘 의도된 연출일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현실적 서사가 주는 충분한 몰입감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들의 허공을 날아다니는 판타지는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판타지는 결국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그게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전제해야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첫 회를 했을 뿐이니 섣부른 실망을 할 필요는 없다. <경이로운 소문2>는 나적봉(유인수) 같은 새로운 신입 카운터의 등장에 얽힌 서사를 꺼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슈퍼히어로들의 현실감은 그들이 가진 인간적인 고통을 슬쩍슬쩍 보여줄 때 오히려 생겨난다. 그래서 아픔이 잘 느껴지지 않는 슈퍼히어로란 그저 상상의 존재처럼 허공에 떠서 땅에 발을 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하다못해 악역의 탄생도 왜 그들이 악귀가 되었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저 '참교육'이라 부르는 사이다 액션을 위한 오락적 설정 정도에 머물 수 있다. <경이로운 소문2>가 시즌1이 그랬듯 진정 시원한 사이다 드라마로 순항하기 위해서는 먼저 캐릭터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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