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로 숲 속 야생동물 종류 알아낸다고?…비결은 ‘이것’

이정호 기자 2023. 7. 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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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대 연구진, 특수 진공청소기 개발
숲 속 떠다니는 털에 섞인 DNA 흡입 기능
수십 종류 동물 존재 단기간에 분석 성과
기후변화 속 ‘생물 다양성’ 신속 파악 기대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개발한 연구용 진공청소기가 나무에 부착된 채 주변 공기에 섞인 동물 DNA를 빨아들이고 있다. 12V(볼트)와 5V 전기를 쓰는 모델이 한 세트로 묶여있다. 코펜하겐대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개발한 연구용 진공 청소기. 나무 기둥에 매달려 작동한다. 육안이나 카메라를 이용하지 않고도 공기 중 DNA를 빨아들이는 방법으로 숲 속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파악할 수 있다. 코펜하겐대 제공

육안이나 카메라로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숲 속에 어떤 종류의 동물이 사는지를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숲 속 공기에 섞여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야생동물의 털 등을 특수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여 분석하는 방법이다. 털 같은 신체 일부에는 동물 종류를 간파할 수 있는 물질인 DNA가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어떤 동물이 줄어들고 늘어나는지를 효율적으로 알아낼 방안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과학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은 2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일종의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숲에 서식하는 동물의 종류를 알아내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에콜로지 리소시스’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기존에는 숲 속에 사는 동물 종류를 파악하기 위해 사람의 눈이나 숲에 설치한 카메라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방법으로는 동물 종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은폐에 능숙한 동물을 파악하는 일이 힘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공기 중을 떠다니는 동물 DNA를 잡아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DNA는 생물이라면 모두 가진 화학물질인데, 고유한 유전 정보를 담고 있다. DNA는 동물의 종류가 명확히 드러나는 이름표 같은 존재다.

숲 속 공기에는 털과 같은 동물 신체의 일부가 DNA를 품은 채 부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DNA를 잡아내기 위해 2종류의 특수 진공청소기를 개발했다. 하나는 12V(볼트), 다른 하나는 5V 전기를 쓰는 모델이었다. 동력은 배터리에서 얻는다. 연구진은 인공 새집을 닮은 이 두 종류의 진공청소기를 한 세트로 묶었다.

그러고 나서 2021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총 3일간 덴마크 오모센 자연공원에 진공청소기 세트를 설치해 주변 공기를 빨아들였다. 연구진은 축구장 면적과 비슷한 가로 50m, 세로 100m의 숲을 자연공원 내에서 선택했고, 총 6개 세트의 진공청소기를 해당 구역의 나무 기둥에 묶어 동물 DNA를 잡아내려고 시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진은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공기에서 총 64종류의 동물 DNA를 확인했다.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을 제외하고, 이 가운데 57종은 야생동물이었다. 붉은 사슴, 유라시아 오소리, 울새 등의 DNA가 털이나 깃털 같은 신체 일부에 담긴 채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 왔다.

연구 대상이 된 숲에서는 장기간의 조사를 통해 총 210종류의 야생동물이 사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단 3일 만에 해당 숲에 사는 야생동물 종류의 4분의 1을 확인한 셈이다. 연구진이 이 기간에 직접 눈으로 확인한 동물은 다람쥐, 딱따구리, 꿩, 흰꼬리수리 등 4종류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지금은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감시하기 위해 효율성 높은 도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연구는 생물 다양성을 조사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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