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이 유일하게 죽쑤는 이 나라…그래도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7. 30. 1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13-1] ‘베트남 라이징’ 저자 유영국 작가

지난달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윤대통령이 팜 민 찐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지난 10여년간 각광받던 베트남에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지난달 IMF에 이어 이번달 ADB는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각 4.7%, 5.8%로 하향했습니다. 지난해 성장률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난 셈입니다. 베트남 정부도 올해 목표로 세웠던 6.5%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한 상황입니다. 이에 베트남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나이스 그룹 베트남 법인장 출신 유영국 작가도 “부족한 게 많고 외국인이 겪어야 할 어려움 투성이인 나라”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베트남은 지금 줄탁동시(啐啄同時·내부 역량과 외부환경이 조화돼야 된다는 뜻)의 상황에 있다” 며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최근 발전했다고 하나 베트남은 여전히 1인당 GDP 4100달러에 불과한 공산권 신흥국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 나라의 미래를 긍정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베트남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기업이 있다면 유의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베트남은 2035년 1인당 GDP 1만달러 돌파로 중진국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인구, 자원 등 조건 갖췄지만 발전 못한 나라가 태반이다. 베트남이라고 다를까?
베트남 유명 영어학원 앞에서 학부모들이 야간 수업이 끝난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A: 올해 기준 세계에서 인구 1억이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넘는 나라미국, 일본, 중국, 멕시코, 러시아 5개국 뿐입니다. 여기에 브라질조만간 합류예정인데, 저는 베트남이 그 다음 후보가 될 것이라 봅니다.

지난 수십년간 많은 신흥국들이 각광 받았지만 대부분 성과를 못 보였습니다. 대표적 예로 필리핀은 3,40년 전 아세안에서 가장 빨리 성장 가능한 나라로 언급됐는데 아직도 제자리죠.

반면, 베트남은WTO에 가입한 2007년 이후 본격적으로 세계 무역시장에 뛰어든지 20년도 안됐지만 그간 보여준 성과가 다릅니다. 앞서 베트남이 젊고 풍부한 생산가능 인구 외에 교육열이 높아 인적 자본에 투자를 많이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한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다른 요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실 지난 10년간 베트남의 성장추세로 보면 2035년 1만불 소득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존 데이터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유는 지금 베트남에 해외 IT, 전자관련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적극 진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베트남 내부요소도 있지만 외부환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돼 있으면 위험하다는 걸 여러나라들이 깨닫게 된거죠. 미국, 한국, 일본 등이 분산에 적합한 나라로 베트남을 점찍었습니다.

예컨데, 코로나때 전세계 환율이 요동칠때도 베트남은 안정적 환율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어요. 베트남을 어떻게든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베트남은 10여년 전부터 노동집약산업으로는 중진국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육성하려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전체 제조업 비중의 45%를 하이테크 산업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절반이상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런데 방향은 알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 고민을 해결 해줄 수 있는 IT 선진국 한국이 베트남에 전폭적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우호적 외부요인까지 감안하면 베트남의 2035년 1인당 GDP 1만달러도 해볼만한 목표라고 봅니다.

다만 도전요인이 있다면, 베트남에 필요한 IT전문 인력이 53만명인데 15만명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 베트남 교육 체계만으론 인력 수급이 어려워서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면서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학사 이상 전공자가 아니면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지금 베트남의 상황은 IT 생태계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베트남 정부도 이런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겁니다.

Q. 한국이 왜 베트남을 기술적으로 지원해줘야 하나?
2020년 하노이 인근 삼성복합단지를 찾아 생산공장을 점검하는 이재용 회장.
A: 단순 퍼주기식 지원을 하자는게 아닙니다. 중국의 유력 대체기지중 하나로 떠오른 베트남에 있는 한국기업들에게 필요한 인력을 한국식으로 교육하고 채용까지 연결짓게 하는 겁니다.

베트남에 우리 기술과 인력을 지원하는데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죠. 그런데 베트남이 어느 수준 이상 발전해야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들에게도 또 다른 시장이 형성되는 겁니다. 당장 한국이 필요로 하는 IT인력을 조달해야 하는데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이 현재로서 최적의 장소 입니다. 베트남에 기술을 가르쳐 줌으로써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시장도 만들수 있으니 한국에게도 득이 되는거래 입니다.

베트남이 기술적으로 성장해서 우리 산업이 위협받으면 어떻게 하냐는 지적도 있는데, 베트남 기업들이 발전할 동안 한국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 않죠. 계속 발전해 나갈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격이라고 봅니다.

Q. 최근 베트남서도 한국처럼 버는 족족 명품이나 여행 등에 쓰는 Z세대가 많아 문제라고 들었다.
패션, 전자기기, 여행 등 개인취미에 돈을 많이 쓰기 시작한 베트남 청년층. [VnExpress]
A: 베트남의 MZ세대 세상을 보는 눈이 글로벌 기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젊은층이 낭비를 하고 있다기 보단, 소비를 더 하면서 평균적인 삶을 살려는건데 급여가 너무 낮다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사실 과거에 한국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2~30년전 ‘낭비 심한 한국인들’이라며 고발성 기사가 자주 등장하곤 했어요. 점심 한끼값인 3천~5천원을 커피 한 잔에 쓴다거나 급여가 200만원인데 200만원이 넘는 명품백을 구매하는 청년이 많아 큰일이라는 식이었죠.

그런데 그렇게 소비에 적극적인 이들이 있었던 덕에 한국 소비재 산업이 급성장한 측면이 있습니다. 때마침 시작된 이커머스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촉매도 됐고요. 시장은 소비없이 커질 수 없습니다. 베트남의 젊은세대가 이전세대와 달리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건, 시장이 곧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걸 암시하는 겁니다.

미래를 긍정하는 중산층은 현재 경제력 이상으로 소비하는 법이죠. 자신이 다니는 직장 또는 사업이 더 잘 될 것이고, 나라도 더 발전할 것이며 내 급여도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 지금 그런 중산층이 늘고 있습니다.

Q. 베트남은 스타벅스같은 글로벌 대기업들도 고전하는 어려운 시장이라던데?
베트남 호치민시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A: 10년전 스타벅스가 베트남에 진출했을때 베트남 커피업계도 초긴장 했습니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이 들어오니 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죠.

하지만 화제는 3개월을 못갔고 스타벅스는 2년간 겨우 10개 매장을 여는데 그쳤어요. 올해 5월 기준 베트남내 커피전문점 매장개수에서 스타벅스는 97개로 4위~5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1위 하이랜드 커피가 573개입니다. 다른 아세안에서 스타벅스 매장은 인도네시아 540개, 태국 454개, 필리핀 427개, 말레이 373개, 싱가포르 149개에요. 베트남 시장 매출도 2019년 기준으로 1위 하이랜드 커피의 3분의 1 수준 밖에 안됩니다.

스타벅스 커피가 비싸서 베트남인들이 안 마시는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베트남 현지 브랜드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없거나 현지브랜드가 오히려 더 비쌉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스타벅스의 부진은 커피문화의 차이점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100년이 넘는 커피문화를 갖고 있는 세계 2위 원두 수출국인데, 주로 쓰고 신맛이 강한 로부스타를 씁니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쓰는 원두는 부드러운 맛의 아라비카입니다. 베트남인들이 익숙한 커피와는 거리가 멀죠. 아무리 스타벅스 원두가 더 고급이라고 말해줘도 입맛에 안맞으면 선택받기 어려운 겁니다.

Q.베트남에 있는 한국기업 및 투자자들이 현지 사회공헌에 더 관심 가질 것을 주문했다. 왜 그래야 하나?
아모레 퍼시픽의 여성암 환자 대상 메이크업 노하우 전수 프로그램.
A: 사회환원은 선진국인 한국에서조차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엄청난 수익을 내면서 기부액수는 너무 적다고 매년 뭇매를 맞곤 하니, 신흥국인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이런 시선에 신경써야 하는건 당연한 겁니다.

제조업의 경우 선진기술이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만 소비재나 금융, 유통업은 베트남에서 돈만 벌어 나간다는 부정적 선입견이 있습니다.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도 사회공헌활동은 꼭 동반돼야 합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도 상당수 일회성이고 방향성 없는 활동을 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본사 직원들에게 조끼 입혀서 보육원 아이들과 놀아주게 한다든가, 저소득층에 음식을 전달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죠.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은 순수한 사회 공헌활동과 다릅니다. 기업의 사업 방향과 맞는 활동을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해야합니다.

모범사례를 하나 들자면,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화장품 회사 특성을 살려서 여성암 환자들에게 메이크업을 해드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항암치료때문에 머리가 빠지고 수척해지면서 대외활동을 안하는 분들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주자는 취지였어요.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레 화장품이 이렇게도 쓰일수 있구나 현지인들이 알게되고, 직원들도 좋아하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스스로 의미있는 제품을 팔고 있다고 느끼게 됐어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겁니다.

Q.베트남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팁이 있을까?
A: 첫째, 현지에서 민감한 정치이슈에 대한 이해는 기본입니다. 최근 블랙핑크가 베트남에서 콘서트를 하는데 문제가 있었죠. 주관사가 본사를 중국에 둔 기업인데 홈페이지에 있는 지도에 베트남과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를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으로 표시해 놓은 겁니다.

이 구단선내에는 베트남에게 한국으로 따지면 독도 같은 섬도 있습니다. 외국기업이 독도를 일본의 영토 다케시마라고 표시한 격인 거죠. 결국 주관사가 이 지도를 삭제하면서 문제가 풀렸지만, 베트남에게 중국과의 영유권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하니 유의해야 합니다.

둘째,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해야합니다. 여러 분야 베테랑들과 함께 조사하고 의견을 공유하세요. 내가 쉽게 떠올린건 이미 다른 사람들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쉬워 보이는데 다른 한국인들이 잘 못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거라고 의심해봐야 합니다.

셋째, 한국에서 상식이 베트남에선 아닐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도 베트남에선 안팔릴 수 있습니다. 기후와 환경이 다르니까요. 직원들의 현지 보고서가 경영진의 상식과 다르더라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넷째,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삼고 수출하는 회사가 아니라 베트남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단기에 성과가 나오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리 한국에서 1등 했거나 글로벌 기업이라 하더라도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을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것 같지만 여행자 보험 입니다. 베트남에서 병원 갈일 있으면 한국인 의사가 있는 병원이나 국제병원에 가는데 간단한 것도 비용이 한국돈 10만원~15만원은 나옵니다. 베트남 현지 병원은 말도 안 통하고 한없이 기다려야합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을 수도 있고요. 건강 챙기고 돈도 아낀다고 생각하고 꼭 해외 장기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시길 바랍니다.

다음회에선 ‘베트남 대학의 한국어과 인기가 의대 뺨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