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이기기보다 나를 키우는 ‘진짜 공부’···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화제의 책]
글쓰기와 말하기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써온 작가 강원국이 10대들을 위한 특별한 책을 새로 선보였다. ‘강원국의 진짜 공부’(창비교육)다. 저자가 공부를 소재로 쓴 첫 저서인 동시에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집필한 첫 책이다.
학창 시절뿐만 아니라 대학교와 직장을 다닐 때에도 공부가 재미있지는 않았다고 얘기하는 저자가 청소년들에게 공부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자신의 인생 제1막을 ‘20년 가까이 대통령과 기업총수들에게 인정받으며 스피치 라이터로 살았던 시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시기를 ‘인정받기 위해 시키는 일을 잘하려 한 시절’이자 ‘시킨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데 최선을 다했던 시절’로 회상한다. 남의 말을 다듬고 남의 말을 쓰기 위해 공부했기에 그 시간이 그리 즐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저자는 ‘내 말’을 하고 ‘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구의 연설비서관’이 아닌 ‘작가 강원국’으로 사는 일은 그를 전혀 다른 삶으로 이끌었다.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강연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며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림으로써 인생 제2막이 시작된 것이다. 그 바탕에는 ‘진짜 공부’와의 만남이 있었다.
저자는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삶에서 가장 많이 한 것이 ‘공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키우는 공부, 내일의 성장이 기대되는 공부를 만난 뒤 저자는 비로소 ‘진짜 공부’를 하게 됐다. 리더들의 공부를 관찰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파악한 것도 ‘진짜 공부’에 도움이 됐다. 그 깨우침과 발견 속에 그의 공부는 더욱 풍요로워졌고 삶의 태도와 방향마저 바뀌었다. 그 재미를 지금 이 순간 입시 최전선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을 청소년들과 공유하고, 배움 자체가 지닌 중요성이나 즐거움과 미덕을 전하려 이 책을 썼다.
저자는 공부에 대한 자신만의 사유와 결론, 구체적인 공부 방법들을 30가지 이야기로 압축해 4주 과정으로 나누었다. 독자가 한 달에 걸쳐 차근차근 공부와 만나 친해질 수 있도록 이끈다. 꼭지는 하루에 하나씩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로 쓰였고, 한 주가 끝나는 시점마다 ‘위클리 노트’가 삽입돼 자신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질문을 만날 수 있다.
공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하기에 첫 주는 공부할 마음가짐을 갖추는 기간으로 설정돼 있다. ‘나’를 공부하게 만드는 동기를 떠올려 보고,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탐색한다. 그 탐색에 필요한 관찰력은 다양한 것에 대한 ‘한눈팔기’로 키워진다. 그렇게 발견한 새로운 시야를 통해 독자는 자기 존중감, 자아 효능감, 애호감이라는 단단한 마음 근육을 가질 수 있다.
공부할 마음이 갖추어지면 공부의 기초 체력과 근육을 다지는 둘째 주로 접어든다. 여기에서 저자는 ‘더 이상 의지에 속지 말라’고 직언하며, 의지를 이기는 것은 습관임을 강조한다.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는 루틴을 만들어 습관을 형성하고 나면 이것에 의해 자연스레 공부에 몰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부의 목적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진짜 공부’는 남을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키우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셋째 주에는 말하기와 쓰기, 기억력과 질문력, 사고력과 어휘력 등 어떠한 배움에서든 반드시 필요한 학습 역량을 키우는 단계로 진입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자신이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구체적 방법을 소개한다. 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필수가 된 ‘요약 능력’을 키우기 위한 5단계 비법, AI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기억력 향상을 위한 정보 선별력 같은 실용적인 방법들이다.
저자는 ‘진짜 공부’란 평생에 걸쳐 일어나기에 학문영역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리하여 마지막 넷째 주에는 공부의 범위가 삶으로 확장된다. 그 배경에는 개개인이 ‘난사람’이나 ‘든사람’이 되기보다는 ‘된사람’이 되기를,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똑똑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으로 채워지기를 기원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된사람으로 향하는 첫걸음은 개인의 운명마저 좌우할 수 있는 인사성과 말투, 말버릇 등을 스스로 성찰해 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배움을 대하는 저자의 진솔한 태도가 느껴지고, 독자의 마음 한구석에 ‘진짜 공부’의 작은 불씨가 옮겨붙을 듯하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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