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고민시, 김혜수에게 받은 선물 [인터뷰]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좋아"
배우 고민시는 '밀수'로 호흡을 맞춘 김혜수에게 많은 것들을 받았다. 새우, 고기, 과일 등의 선물은 고민시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선물은 이 외에도 있었다. 후배를 생각하는 진심을 담은 조언이었다.
고민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밀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6일 개봉한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고민시는 군천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정보통 옥분 역을 소화했다.
'밀수'로 하게 된 도전
고민시는 다방 마담 옥분 역을 마주하고 고민에 빠졌다. '마담인데 성숙해야 하지 않을까' '어린 느낌이 나야 하지 않을까' 등의 생각을 했단다. 이때 류승완 감독은 "영화의 배경인 1970년대에는 20대 초반부터 마담을 했던 사례가 많다"고 말해줬고 고민시는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류 감독과 스태프들이 준비해 준 자료는 과거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옛날 영상을 보고 당시의 음악 스타일 등에 대해 공부하며 옥분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다.
'밀수'는 고민시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외적인 변신이 특히 그렇다. 갈매기 눈썹, 짙은 화장 등은 고민시를 한층 더 옥분답게 만들었다. 분장을 받은 고민시는 거울을 멍하니 보며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단다. 그는 "머리카락을 잘라 구레나룻을 붙였다. '너무 충격적이라 (관객들이) 집중이 안 되시면 어떡하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장은 곧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고민시는 "외적인 모습이 충격적이었고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런데 현장에서 다들 좋아해 주시니까 어느 순간 자신감이 되더라. 분장이 잘 돼 있으면 더 당당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면서 웃었다.
류승완 감독의 특별한 요구
옥분이 지금처럼 추접스럽지만 사랑스럽게 그려지는 데는 류승완 감독의 덕이 컸다. 고민시는 "옥분이 거울을 보는 장면이 있다. 감독님께서 '고춧가루가 껴 있는지 추접스럽게 치아를 볼까'라고 하시고 시범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후 디렉션대로 열심히 연기했는데 류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장면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고민시는 "감독님께서 추접스럽고 상스러운 걸 강조하셨다. 감독님의 설명을 들었을 때 150% 와 닿더라"고 했다. 류 감독의 디렉팅을 최대한 빠르게 흡수하는 게 촬영장에서의 임무라고 생각했단다.
고민시는 망가지는 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기뻐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모습이 나오길 바라는 중이다. 고민시는 "망가지는 캐릭터가 연기할 때도 편하다. 풀 메이크업을 할 때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 건 좋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메이크업이 지워지는지 신경 써야 한다. 망가지는 캐릭터는 그런 부분에 신경 안 쓰고 연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보니 훨씬 싱크로율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김혜수의 따뜻한 조언
고민시는 데뷔 후 쉼 없이 달려왔다.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찾아온단다. 그는 "예전에 작품을 하나 끝내고 다른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데뷔 후 제일 길게 쉬었던 순간이었는데 힘들었다. 스스로가 너무 쓸모없는 느낌이 들었고 빨리 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20대에 왜 그렇게 조급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열정을 불태우며 후회 없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밀수'에 함께 출연한 김혜수는 이러한 고민시에게 "자기는 다 좋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일하는 듯하다. 작품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본인 컨디션을 잘 돌봐야 한다"고 말했단다.
조언뿐만이 아니었다. 김혜수는 고민시에게 새우, 고기, 과일, 불판 등의 선물을 해줬다. 고민시는 "혜수 선배님께서 명절에 음식을 많이 보내주신다"면서 미소 지었다. 김혜수가 젊은 시절 입었던 옷들을 고민시와 박경혜에게 나눠주기도 했단다. 고민시는 "선배님 옷을 받는 게 너무 뜻깊은 일이지 않나. 지금도 잘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정아 역시 미스트, 팩 등을 공유해 줬다. 따뜻한 선배들은 고민시가 '밀수'를 통해 얻은 뜻밖의 선물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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