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방에 녹음기 넣은 주호민…특수교사에 '역고소' 당할 수도

만화가 주호민. /사진=주호민 인스타그램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만화가 주호민이 역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증거를 모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지난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9월 주호민의 아들 B군이 동급생에 대한 성폭력으로 통합학급에서 분리 조치되자, 부적절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주호민과 그의 아내는 등교하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부착, 관련 증거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제3자 녹음이 위법인 만큼 주호민이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청취 및 녹음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아내의 외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아내와 타인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5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교육부 역시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조항을 통해 교원의 음성·영상 등을 무단으로 촬영 및 녹음·녹화하는 행동을 '교권 침해'로 분류하고 있다.

주호민 작가.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일각에서는 통비법에 따라 주호민의 녹음본이 증거능력을 상실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형사재판에서는 공익성을 기준으로, 제3자 녹음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제3자 녹음이 공익성에 기반한 것이라면 증거로 채택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아동학대 사건에서는 제3자 녹음을 더 넓은 폭으로 인정한다. 학대를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능력과 책임이 부모에게 있어서다. 2019년 6월 생후 10개월 된 영아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한 돌보미 역시 1심에서는 통비법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할 때 녹음이 피고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