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평화협상 신경전…‘개도국’은 누구 손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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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장기 소모전 양상에 빠진 가운데 제3세계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우크라이나·서방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등의 참석이 예상되는 국제 회의를 다음달 초 열기로 했고,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안한 평화 구축 방안에 호응하며 전쟁 장기화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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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서방-러, 제3세계 지지 두고 ‘신경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장기 소모전 양상에 빠진 가운데 제3세계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우크라이나·서방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등의 참석이 예상되는 국제 회의를 다음달 초 열기로 했고,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안한 평화 구축 방안에 호응하며 전쟁 장기화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떠넘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현지시각) 사우디가 서방과 우크라이나, 브라질·인도 등 핵심 개발도상국이 참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평화 구축 방안을 논의할 국제 회의를 다음달 5~6일 제다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5일 브라질·인도·튀르키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참석한 가운데 덴마크에서 열린 회의에 이어 두번째로 서방과 개도국들이 함께 모이는 우크라이나 관련 회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우크라이나는 이 회의에 인도네시아·이집트·멕시코·칠레·잠비아 등 30개국을 초청했다. 미국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남아공·폴란드·유럽연합(EU)도 회의 참석 방침을 확정했다. 러시아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번 회의를 세계 지도자들이 이번 전쟁 종식을 위한 공통의 원칙에 합의할 기반을 다질 기회로 삼으려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향후 예상되는 종전 협상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국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주요 개도국들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나 러시아 제재 움직임에 동참을 꺼려왔다.
신문은 사우디가 적극적인 중재 움직임에 나선 이유에 대해 석유 감산을 통해 국제 유가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러시아를 돕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덴마크에 이어 사우디가 회의 주최자로 정해진 것은 중국을 설득할 수 있기를 기대한 점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역내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을 중재하는 등 중동에 대한 영향력 확대 및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선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시한 평화 구축 방안에 호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의 평화 제안이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를 회복하는 데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평화 제안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어 왔지만, 제안을 이행하기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아프리카의 제안에는 전투 행위 중단도 포함되어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의 전략적 공격 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공격을 당하는 우리로서는 전투를 중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달 16~17일 남아공, 세네갈, 이집트, 잠비아 등 7개국 지도자들로 꾸려진 평화 중재단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파견한 바 있다. 이들은 두 나라의 신뢰 구축 조처 이행, 적대 행위 중단 합의, 러시아-서방의 대화로 이어지는 3단계 평화 구축 방안을 제시했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신뢰 구축 조처로 △러시아군 철수 △벨라루스에 대한 전술핵 배치 취소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푸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중단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를 거론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적대 행위 중단에 합의하고 최종적으로 서방과 러시아가 중거리 무기 시스템과 전술핵, 생물학 무기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을 제시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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