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박정민 "감독 러브콜 이유? 시키는 대로 하니까" [인터뷰]
"조인성, 배려심 남다른 배우"
배우 박정민이 또 한 번 변신을 알렸다. 굽실거리는 파마머리, 파격적으로 화려한 옷 등 달라진 점 투성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 속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피아노 천재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트랜스젠더는 온데간데없다. '밀수'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박정민은 자신이 수많은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아온 이유가 '시키는 대로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정민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밀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박정민은 순박한 청년에서 야망 가득한 인물로 변모하는 장도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장도리에 녹아든 말맛
박정민은 장도리 역에 류승완 감독 특유의 말맛이 녹아 있다고 믿는다. "충청도 뉘앙스라고 해야 할까. 장도리가 직접적이진 않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들을 한다"는 게 박정민의 설명이다. 그는 "감독님이 현장에서 '내가 가장 잘 아는 캐릭터는 장도리다. 그래서 정민이한테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는 거다. 주문을 많이 하는데 잘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박정민이 그려낸 장도리는 행동 하나하나에 허술함이 묻어나는 인물이다. 이 캐릭터의 외면에는 류 감독과 박정민의 고민이 녹아 있다. 원래 박정민은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벌크업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류 감독은 박정민이 메리야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운동하지 말고 그대로 가는 건 어때"라고 물었다. 박정민의 답변은 "감사합니다"였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장도리가 외적인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비호감적인 면모를 더 부각시켜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밀수' 배우들과의 유쾌한 호흡
장도리는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캐릭터다. 그러나 박정민은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접근하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저 매 상황에 집중해 감정의 폭들을 표현하려 애썼단다. 박정민은 장도리를 '나사 하나 빠져 있는 듯한 악역'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그는 "나쁜 놈인데 '나 나쁜 놈이오' 하는 느낌으로 나오진 않는다. 능글맞고 말도 빙빙 돌려 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도 있다"고 이야기해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박정민은 '밀수' 촬영 중 고민시를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류 감독이 고민시를 보며 한 번에 "오케이"를 외치는 일이 잦았다는 게 이유였다. 박정민조차 고민시의 연기에 감탄하곤 했단다. 그는 조인성에 대해서는 "함께 연기하는 게 정말 편하다. 배려심이 남다른 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염정아는 유쾌했고 김혜수는 조춘자로 변신해 장도리를 멸시하다가도 촬영이 끝나면 따뜻한 말을 해주며 재밌는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박정민의 촬영장 사랑
박정민은 장도리 역을 맡으며 필모그래피에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또 하나 추가했다. 그는 감독들이 이러한 역할을 맡기는 이유를 "시키는 대로 하니까"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과거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오면서 했던 경험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은 감독 머릿속의 생각이 정답과 가장 가깝다고 믿는다. 캐릭터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은 배우일 수 있지만 영화의 전체 그림을 제일 자주 그려본 사람은 감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전하던 박정민은 "대체로 감독님께서 시키신 대로 하면 잘 된다"면서 호흡을 맞췄던 창작자들을 향한 신뢰를 내비쳤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대하고 있을까. 과거 박정민은 쉬는 날 없이 일하다 고비를 마주했고 이 난관을 넘어서니 현장이 즐겁게 느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민에게 일을 마주할 때의 감정에 변화가 없는지 묻자 "현장이 너무 즐겁고 가는 게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그곳에 있는 걸 좋아해서 인듯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자신의 일과 동료들을 사랑하는 박정민이 앞으로 펼칠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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