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선인장도 말라 죽었다···미 남부 피닉스, 16일 연속 32도 이상 고온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아구아로 선인장들이 고온에 말라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남부에서 한 달 이상 이어진 폭염으로 사막 식물인 선인장까지 죽어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사막식물원의 과학책임자 킴벌리 맥큐는 식물원 내 사구아로 선인장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안쪽부터 썩으면서 땅바닥에 쓰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맥큐는 애리조나의 기록적인 고온과 몬순(계절풍)의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선인장은 사막의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 필수적인 생명 활동을 하는데, 최근 피닉스에서 밤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구아로가 질식·탈수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맥큐는 특히 야생에 있는 선인장들보다 피닉스 시내에 있는 선인장들이 열섬 효과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구아로가 더위와 건조한 환경에 아름답게 적응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피닉스에서는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16일 연속으로 밤 최저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인 상태가 지속됐다. 26일에 잠시 꺾였던 기온은 27일부터 다시 상승해 29일 최저기온이 섭씨 35도를 기록했다. 하루 최고기온은 이날까지 29일 연속으로 섭씨 43도를 넘었다.

사구아로 선인장은 15m 정도 높이까지 자란다. 평균 수명은 150∼175년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소노라 사막 박물관의 식물학자 에릭 레이크스트로는 “일반적인 몬순의 영향을 받으면 사구아로의 생존을 돕는 다른 식물들이 지금쯤 상당히 무성해지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 사구아로가 성장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