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여기에 베팅...가전 더 팔릴까 덜 팔릴까 [방영덕의 디테일]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를 뜻하는 ‘3대 이모님’ 또한 가사노동 해방을 꿈꾸는 이들에게 ‘너는 지금 이게 필요해~’라며 끊임없이 새 수요를 창출합니다.
그런데 제품을 팔아야 사는 가전업체에서 파는 것 대신 가전을 빌려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아예 향후 비즈니스 모델로 구독 서비스를 내세웁니다. 이렇게 나가는 게 맞는지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하죠. ‘가전 명가’ LG전자 얘깁니다.
LG전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사 렌탈·케어십 서비스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은 30%를 넘었습니다.
기존 렌탈과 구독 서비스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LG전자 측은 “렌탈은 장기할부 개념인데 반해 이번에 선보이는 구독 서비스는 (렌탈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는데요. 차원이 다른 서비스라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LG전자에 따르면 우선 천편일률적인 렌탈기간과 달리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3~6년 사이에서 장단기로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구독 기간 매달 사용료를 내면 됩니다.
류재철 LG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 사장은 “구독 서비스 도입은 가전제품을 구매하기엔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고객이나 혼자사는 고객에게 (가전제품)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은 덜고 선택의 폭을 넓히려고 하는 목적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LG전자가 구독 서비스의 흥행을 위해 야심차게 손을 잡은 외부 업체들로는 ▲모바일 비대면 세탁(런드리고) ▲세제(LG생활건강), 유제품(우유창고) 정기배송 ▲집 청소 및 냉장고 정리(대리주부) ▲물품보관(미니창고 다락) ▲신선식품(더반찬&) 등 총 6가지 카테고리의 기업들입니다.
가전 제품이 미처 제공하지 못하는 가사 해결을 위해 제휴를 맺은 곳들이죠. 우리를 구독하면 이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각각의 업체의 서비스 가격은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이용할 때보다 LG전자 구독 서비스 가입시 보다 저렴합니다. 고객이 할인 받은 비용 만큼 LG전자가 구독 서비스 마케팅 일환으로 ‘돈’을 쓰겠다는 거죠.
기존 렌탈 서비스 고객을 대상으로 조만간 구독 서비스로의 통합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LG전자가 얼마나 드라이브를 걸지 주목됩니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LG전자가 내세우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업(UP)가전’ 입니다. ‘업가전2.0’ 부터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만 판매하겠다는 게 LG전자의 방침입니다.
LG전자가 지난해 처음 출시한 업가전은 이미 구매한 가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시 새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가전을 말합니다. 스마트폰 OS(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고, 또 필요없는 앱은 삭제하는 식입니다.
업가전이 아닌 제품의 경우 한 번 구매하면 10년이고 20년이고 제품을 교체하기 전까지는 기능 변경이나 업그레이드라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렌탈 제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업가전을 구매하면 기존 제품과 달리 꼭 새로 구매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시 최신 유행 기능을, 나만의 꼭 맞춤형 기능과 디자인을, 또 색상을 변경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3년 이상 가전용 인공지능(AI)칩인 DQ-C칩과 OS를 자체 연구하고 개발해왔습니다. AI칩과 OS이야말로 업가전2.0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LG전자가 선보이는 업가전2.0은 세탁기, 건조기에 이미 적용을 했고요. 앞으로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가전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혹시 새 AI칩과 OS를 도입해 가격을 ‘업(UP)’ 하는 것 아니냐고요? 가전 제품의 가격이 높아질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류 사장은 “그럴 일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원가 경쟁이 치열한 가전업계에서 그 원가를 올리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의 편리함을 위해 그 동안 자체적으로 연구를 해왔다는 겁니다.
LG전자 직원들이 업가전2.0을 출시하며 바란 사항들입니다. 가장 많은 인원을 투입해 탄생한 것이 업가전2.0이라고도 강조합니다. 그 중에서도 콘텐츠 고민을 가장 많이했다고 하는데요.
류 사장은 “단 한명의 고객이더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LG만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습니다.
즉,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OS)를 통해 아이폰은 물론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애플 생태계’를 꾸린 것처럼 LG전자도 가전제품을 통해 집 자체를 ‘LG 가전의 생태계’로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래서 한번 이 생태계에 발을 들이면 편리함에, 익숙함에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꽉 붙들어 매는 것이죠.
업가전 2.0을 맞춤형 렌탈에 가까운 구독 서비스로 선보이는 것과 관련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LG전자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전제품의 구독 서비스를 내세워도 판매 수요 감소분을 충분히 구독 서비스 교체 수요로 충당할 수 있고, 그게 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사업 구조 대전환’. 지난 12일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미래 비전과 사업 구조 전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조 사장은 “무형·전장·신사업 등 3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한편 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특히 조 사장은 “앞으로 LG전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최고의 가전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도약하는 담대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생활가전부터 구독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른바 가전의 초개인화 전략을 펼치겠다는 겁니다.
가전의 초개인화를 위해선 한 번 팔면 끝나는 관계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LG전자는 업가전과 구독 서비스를 가전의 초개인화 전략을 펼칠 무기로 삼았습니다.
국내외 가전업계에서 업가전과 구독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곳은 LG전자가 유일합니다. 이와 관련 류 사장은 “모두가 눈이 녹기를 기다릴 때 개척자는 눈을 밟아 길을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도 가보지 않는 길이라도 고객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길이라면 소명을 다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LG전자의 베팅 결과가 기대됩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부산 가느니 그만두겠다”…산업은행 ‘통째이전’ 결정에 퇴사 잇달아 - 매일경제
- 백종원도 강력 경고했다…여름철 ‘이것’ 만지면 귀찮더라도 바로 손씻어라 - 매일경제
- “냄새나면 문닫아”…아랫층 흡연男 ‘전동 안마건’으로 응징 - 매일경제
- ‘국민 안마의자’에 무슨 일?…경영권 분쟁에 노조 첫파업까지 - 매일경제
- 욕탕에 발가벗고 들어가는 한국...세계가 손꼽는 ‘화끈한 나라’ 1위 - 매일경제
- 이낙연씨가 호남에 가져야 할 연민과 책임 [노원명 에세이] - 매일경제
- 이것 10% 뛰면 아파트 분양가 껑충 뛴다고?...레미콘업계 펄쩍 - 매일경제
- 코로나 끝난 줄 알았는데…일평균 4.7만명 넘으며 재유행 우려 - 매일경제
- 30~50대 기혼자들에게 “지금 삶에 만족하세요” 물어보니 - 매일경제
- 사우디 정부, 메시-호날두 이어 퓨리-은가누도 성사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