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훈이가 저를 싫어하게 만들까요?" 감독의 간절함 마침내 통했을까

나유리 2023. 7. 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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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으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을까.

SSG 랜더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올 시즌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 복귀 이후 박종훈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박종훈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제는 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의 모습이 2023년 박종훈의 현주소다. 언제까지 마음의 병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더 모질게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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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어떤 마음으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을까. 서로의 답답함을 풀 수 있는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SSG 랜더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올 시즌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29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한 박종훈은 6이닝 동안 3안타 7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타자들이 일찌감치 점수를 뽑아주면서 팀도 6대3 승리.

정말 어렵고, 또 오래 걸린 시즌 2승이다. 개막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박종훈이지만 14경기에 등판해서 이제 겨우 2승을 거뒀다. 지난 5월 6일 키움 히어로즈전(7이닝 1실점) 이후 3개월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올 시즌 부침이 많고, 2군에도 다녀왔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날 박종훈이 단 1개의 4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4사구 경기는 올 시즌 처음이다. 제구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고, 늘 볼넷 혹은 사구로 경기를 더 어렵게 풀어갔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예전부터 '한화 킬러'라고 불릴만큼 유독 한화 타자들을 상대로 강했던 박종훈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상대가 한화라서가 아니라, 정말 독한 마음을 품고 공을 던지는 복귀전이었기 때문이다.

10승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언더핸드스로 선발 투수. 그러나 팔꿈치 수술 복귀 이후 박종훈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에 이어 올 시즌도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왔다.

누구보다 힘든 것은 박종훈 자신. 벤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제 30대 초반을 넘어서는 고참급 투수이기 때문에 팀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박종훈은 지난 6월 중순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후 채 열흘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2군에 내려갔다가 이날 다시 콜업되면서 기회를 얻게 됐다.

박종훈을 오래 지켜봐 온 김원형 감독이다. 이제는 더 냉철하게 진단했다. 김 감독은 박종훈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제는 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의 모습이 2023년 박종훈의 현주소다. 언제까지 마음의 병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더 모질게 이야기 했다.

29일 한화전 선발 투수가 '구멍'난 상태에서도, 박종훈을 내심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쉽게 단정짓지 못했다. 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서로 상처가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면서도 김 감독은 "종훈이가 나를 싫어하고 나를 향해 분노를 느낄 정도로 나쁜 말을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나를 싫어하게 되더라도 '어디 한번 보여주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었으면 좋겠다. 차라리"라고 이야기 했을 정도다.

그만큼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애초에 재능이 없는 선수라면,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라면 이런 안타까움조차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박종훈은 열심히 하는 선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지금까지 보여준 결과물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속상함이다.

한화를 상대로 한 복귀전에서 무4사구 호투로 박종훈은 감독 앞에서 반등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다시 시작이다. SSG는 여전히 박종훈을 필요로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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