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연극도 엄마·부부 역도 처음 두려웠는데 기립 박수에 깜짝"[문화人터뷰]
"'2시 22분', 대본에 순식간에 빠졌죠"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신인 연극 배우 아이비입니다. 재밌는 작품을 계속하고 싶어요.(웃음)"
영국 웨스트엔드 최신작으로 한국 초연 중인 '2시 22분'으로 연극에 처음 도전한 아이비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2005년 가수로 데뷔해 2010년 뮤지컬에 뛰어든 그는 '시카고', '위키드', '아이다', '레드북' 등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이젠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이 더 익숙해졌다. 그런 그가 이번엔 연극 도전에 나섰다. 뮤지컬 무대에 선 지 13년 만이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아이비는 "옛날부터 연극이 하고 싶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의 대표 출연작으로 꼽히는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을 연기하며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다. "뮤지컬에서 '록시'처럼 독백이 긴 여자 캐릭터도 없어요. 그때 연기가 이렇게 재밌고 어려운 거란 걸 느끼면서 연극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동안 제의는 받았지만, 마음에 와닿은 작품이 없어 선뜻 나서진 못했다. "'2시 22분'은 대본을 보는데 순식간에 빠져들었어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본에 반해서 작품을 선택했죠."
미스터리와 스릴러 형태의 연극 '2시 22분'은 평범한 집에서 두 커플이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로 전개된다. 부부인 '샘'과 '제니'는 새로 이사 온 집에 샘의 오랜 친구인 '로렌'과 그녀의 남자친구 '벤'을 초대한다. '제니'는 새벽 2시22분에 집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이들에게 그 시간까지 함께 기다려 달라고 제안한다.
아이비는 혼령의 존재를 느끼는 '제니' 역을 맡아 극의 중심에서 긴장감과 불안감을 유발한다. 두 시간 가량 극을 이끌면서 방대한 대사량에 부담도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따로 연기 레슨도 받았다. 연습실에서나 집에서나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한 이유다.
"연습하면서 첫 연극부터 어려운 작품을 택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달고 살았죠. 작품 특성상 대화를 계속 주고받는 게 많다 보니 상대방 대사도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더블 캐스팅이라 지금도 하루 쉬는 날이 있으면 다음날 공연 전에 배우들끼리 꼭 맞춰봐요. 긴장을 늦출 수 없죠."
작품에서 엄마 역할, 부부 역할을 하는 것도 처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혼령의 존재나 겪어보지 못한 아이 엄마 캐릭터는 상상으로 그 감정을 만들어 갔다. 평소 무서운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연극을 위해 공포 영화 '유전'을 보며 참고했다.
"제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뭘까 생각했어요. 혼령이 내 아이를 위협하고 해를 끼치려 한다는 공포감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잖아요. 그 깊이를 그려내는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됐죠. 반복적으로 연기하다 보면 감각이 무뎌지게 되는데, 그때마다 영화를 떠올리면서 자극 받았어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발랄하고 튀는 역할을 주로 해서 일상적인 연기를 많이 못 해봤다"며 "경험하지 못한 현실적인 부부 연기나 엄마 역할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관객들 반응이 다른 것도 신선했다. 뮤지컬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와 그날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지만, 연극은 막을 내린 후 그 열기가 한 번에 다가왔다. "첫 공연 때 관객들 반응이 궁금했는데, 기립박수를 받았다. (깜짝 놀라는 반응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반응이 좋아 보람 있었다"고 떠올렸다.
13년간 활보해 온 뮤지컬 무대의 내공도 발휘됐다. '노래'라는 무기를 내려놓았다는 물음엔 "(연극도) 대사로 하는 노래와 같다"고 답했다. "첫 공연인데도 추임새 등 애드리브가 나오는 걸 보고 스스로 놀랐다"고 웃었다.
아이비는 10년 넘게 무대를 해왔지만, 한 번도 편했던 적은 없다고 돌아봤다. 2016년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 역으로 처음 합류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대 공포증도 생겼지만, 그 덕에 무대가 더 소중하고 성스럽게 여겨진다고 했다. "무대는 가장 좋아하는 곳이지만, 가장 무서운 곳"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두려움은 있어요. 그래도 첫 공연의 고비만 잘 넘기면 괜찮죠. 지금 주어진 현재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너무 매몰되는 것도 경계하는데, 큰 욕심을 내거나 집착하지 않아서 꾸준히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했다. "보기보다 굉장히 노력파에요. 하하. 전작인 '물랑루즈!' 때도 저녁에 연습이 끝난 후 따로 연습실을 잡아서 2~3시간 더 연습하고 새벽에 집에 갔어요. 대사 암기나 순발력이 뛰어나진 않기에 남들보다 배로 연습해야 같은 선상에 설 수 있죠. 스스로 계속 채찍질하는데, 그런 연습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비는 이번 작품을 기반으로 앞으로 쭉 연극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극장 크기와 상관없이 그의 1순위는 '재미'다.
"'2시 22분'은 숨겨져 있는 힌트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흥미를 느끼고 연극에 대한 장벽을 허물었으면 해요. 제가 생각보다 예뻐 보이려는 욕심은 없어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나 재미있는 연극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러브콜 많이 보내주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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