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히틀러에 빗대”···트럼프, CNN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 패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며 미국 방송사 CNN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연방법원의 라그 싱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4억7500만달러(약 60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기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이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자신의 주장을 보도하며 이를 ‘큰 거짓말(Big Lie)’이라고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아 지난해 10월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 표현은 히틀러가 자신의 저서 <나의 투쟁>에서 선전 방식 중 하나로 언급했던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 표현이 유대인 박해를 정당화하기 위한 나치의 선전 캠페인을 의미하며, CNN이 자신을 히틀러에 빗대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CNN의 보도가 “불쾌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싱할 판사는 “CNN이 트럼프의 선거 주장과 관련해 ‘큰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트럼프가 유대인이나 다른 집단의 박해와 학살을 옹호한다고 암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어떤 합리적인 시청자도 그렇게 관련 짓지 않을 것”이라고 판결했다.
싱할 판사는 “정치적 담론에서 나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은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일”이라면서도 CNN이 사용한 표현은 사실이 아닌 의견에 해당하므로 명예훼손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싱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임명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대변인은 성명을 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CNN의 보도가 매우 불쾌하다는 판사의 결론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항소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한 뒤 CNN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해 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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