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힘내서 출근했어요”…1,690건 칭찬받은 지하철 ‘감성 방송’ [주말엔]
지하철 열차 제일 뒤, 이곳 운전석에는 승객의 승하차와 안내방송, 냉난방 조절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지하철 승무원이 탑승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분이라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승무원의 목소리를 들어봤을 텐데요, 특별한 안내방송으로 1,690건의 칭찬 민원을 받은 승무원이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신정승무사업소에서 2호선 열차 승무원으로 일하는 이상헌 차장을 만나 봤습니다.
■ 지친 숨으로 가득한 2호선 열차, 분위기를 바꾸는 감성 안내방송
"오늘 하루는 다들 어떤 하루셨나요? 어떤 분은 기분 좋은, 어떤 분은 평범한, 어떤 분은 기분 좋지 않은 하루셨을 겁니다. 오늘 받으셨던 모든 감정 제가 잘 담아서 가시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실테니 열차 이용하시는 동안은 평안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짜증 난 얼굴, 화난 얼굴, 지친 얼굴...
출입문을 열고 닫으며 승객들의 승하차를 확인하다 보면 승무원은 자연스럽게 승객들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이상헌 승무원은 그 얼굴들을 보고 위로를 건네고 싶어 특별한 안내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존 문안에서 벗어난 첫 방송은 '힘내세요, 지치지 마세요'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첫 번째 방송을 위해 가족과 상의도 하고 일주일 동안 멘트를 적은 종이를 보고 달달 외웠다고 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 첫 방송에 25건의 칭찬 민원이 들어오면서 본인만의 안내방송을 이어갈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 '덥다 vs. 춥다' 냉난방 민원... "공감이 먼저죠. 지금 안내방송을 해볼까요?"
무더운 여름철, 열차 안에서는 냉방을 두고 민원 다툼이 벌어지곤 합니다.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오면 담당 승무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지하철이 대중교통인 만큼 서울교통공사 승무원들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참고해 열차 내 냉방을 가동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열차 내 적정온도는 1년 365일 23~24℃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모든 승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죠.
이상헌 승무원에게 기본적인 안내방송 내용 외에 냉난방 민원에 대처하는 본인만의 멘트를 부탁해 봤습니다.
"현재 우리 열차, 덥다라는 민원과 춥다라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열차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에어컨을 가동해야 합니다. 공공시설 이용 시 대중교통 이용 시 유독 추위 많이 타시는 분들은 대부분의 더워하시는 분들을 위해 여벌 옷을 들고 다니는 다수의 배려 항상 부탁드립니다."
■ 차곡차곡 쌓은 1,690건의 칭찬 민원...그리고 새로운 도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시느라 혹은 공부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평안한 저녁 그리고 즐거운 주말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기관사 발령을 앞두고 있다는 이상헌 승무원. 2016년 입사 후 8년 동안 본인이 맡아서 하던 차장 업무를 마무리합니다.
여태까지 쌓은 칭찬 민원이 1,690건이나 됩니다.
안내방송과 관련해 차장 후배들에게 본인의 경험과 업무지식을 전수하고 싶다고 합니다.
조만간 가장 앞에서 달리는 칸으로 옮겨가 열차 운전 등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데요, 앞으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2호선을 운행하며 '승객과의 동행'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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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성 기자 (come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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