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출전만이 해결책?" 날개잃은 6년차 갈매기…2G 연속 결정적 실책→레전드도 '탄식' [광주피플]
[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의 추락에는 끝이 없다. 바다 밑 심연이다. 팬들은 물론 이제 야구선배인 해설진들조차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장면1. 28일 KIA 타이거즈전 1회말 수비. 선발 박세웅이 선취점을 내준 0-1 상황. 2사 1,2루에서 KIA 김선빈이 3루선상 땅볼을 때렸다. 코스는 까다로웠지만, 잡기 어려운 타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동희는 공을 잡는듯 했다가 옆으로 흘리면서 2사 만루 위기를 만들어줬다.
결국 끝나야될 이닝이 끝나지 않으면서 박세웅은 이우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 1회부터 3실점했다. 결국 박세웅은 86일만에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나지완 해설위원은 "경기 초반이고 스코어링 포지션인데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다. 먼저 확실하게 잡고 3루 베이스를 찍어도 될 거 같은데 너무 서둘렀다"고 평했다. 이날 한동희는 삼진 포함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7회 대타 박승욱으로 교체됐다.
장면2. 29일 KIA전 4회말 수비. 선발 이인복이 위태로운 대로 무실점 투구 중이었다.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1,2루의 위기. KIA 소크라테스가 1루쪽 땅볼을 쳤다. 1루수 한동희가 다소 늦은 타이밍에 앞으로 대시했고, 타구는 그의 글러브 아래로 빠져나갔다. 선취점을 내주고, 무사 2,3루가 됐다.
뜻밖의 첫 실점을 한 이인복은 흔들린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내준 이인복은 교체됐고, 바뀐 투수 김진욱이 또하나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3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한동희가)순간적으로 들어갈까말까 고민했다. 결정적인 실책"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한동희의 타석에서도 "수비도 공격도 아쉽다. OPS(출루율+장타율)가 규정타석 채운 타자들 중에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이날은 병살타 포함 3타수 무안타였다.
수비 위치가 3루에서 1루로 바뀌었을 뿐, 이틀 연속 한동희의 실책으로 경기는 터져버렸다. 5회초에는 선두타자 노진혁이 살아나간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섰다. 날카로운 파울타구를 날렸지만, 결과는 유격수-2루수-1루수 병살타였다. 롯데팬들 사이에선 이제 원망의 탄성이나 욕설보단 허탈한 웃음만 흘렀다.
올시즌 타율 2할1푼1리(246타수 52안타) OPS 0.561. 규정타석을 채운 49명의 타자들 중 타율도, OPS도 최하위다. 시즌초 타격폼 변화로 슬럼프를 겪었지만, 이젠 거론할 시기를 지났다. 원래의 타격폼으로 돌아온지도 3개월이 지났다.
이미 2군도 한번 다녀왔다. 2군에선 8경기를 뛰며 홈런 1개 포함 타율 3할7푼9리(29타수 11안타)를 쳤다. 2군 타격감 조율은 의미가 없는 레벨의 선수다.
3시즌 연속 평균 OPS가 0.8을 넘겼고, 3년간 48개의 홈런을 쳤다. 이대호 없는 올시즌에 본격적으로 날아오르길 기대했건만, 날개꺾인 새 신세다. 공격도 수비도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 6월 15일 1군에 복귀한 뒤로 타격 성적은 타율 1할7푼2리, 같은 기간 팀 성적은 10승19패다. 한동희의 부진한 타격 뿐 아니라 4개의 수비 실책이 끼친 영향력도 있을 것이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한동희에 대한 질문에 "꾸준히 1군 경기에 내보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팀내 위치나 가치, 고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래야한다는 대답이다. 팀 분위기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훈련도 항상 열심히 한다. 그런 태도를 감독으로서 높게 평가한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도 한동희에겐 좀더 기회가 주어질 전망. 대체할만한 야수가 보이지도 않는다. 유강남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안치홍과 정훈도 각각 경기중 부상을 당해 타선에도 큰 구멍이 뚫린 상황. 그나마 포지션 이동을 통해 구드럼-박승욱이 좀더 출전하는 정도다.
서튼 감독은 좌완 선발투수가 올라오는 날처럼 '한동희가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속내도 전했다. 모두가 손모아 기다리는 한동희의 부활. 롯데의 기다림과 인내심은 보답받을 수 있을까. 유희관 해설위원은 한동희에게 "야구를 해온 날보다 해나갈 날이 더 많다. 더 밝은 표정으로 경기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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