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막걸리' 상표소송, 영탁 승소…"예천양조, '영탁' 떼라"

[theL] "예천양조, 상표 독자개발로 볼 수 없어"

영탁막걸리./사진=예천양조

'영탁막걸리' 상표권을 놓고 트로트 가수 영탁(본명 박영탁)이 전통주 제조사 예천양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부장판사 이영광)는 영탁이 예천양조를 상대로 낸 상품표지 사용금지 등 청구소송에 대해 지난 14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예천양조가 '영탁' 표지를 붙인 막걸리를 생산·양도·대여·수입하거나 같은 표지를 포장·광고물에 표시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또 예천양조가 이미 생산된 막걸리 제품에서도 영탁 표지를 제거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집행될 수 있도록 했다.

영탁은 당초 상표권 사용금지와 더불어 영탁막걸리 제품을 모두 폐기하고 예천양조가 제3자를 통해 점유 중인 제품도 폐기하게 해달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제품을 폐기하는 대신 '영탁' 표지만 제거하도록 하고 제3자 점유 제품에 대해선 "제3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폐기 청구를 부분적으로 각하했다.

영탁은 2020년 1월23일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예천양조는 방송 닷새 후 '영탁'을 막걸리 상표로 출원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영탁과 1년짜리 광고모델 출연계약을 체결, 한달여 뒤 영탁막걸리를 출시했다.

양측은 2021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협상했지만 무산됐고 예천양조는 그해 7월 "영탁이 3년간 150억여원을 요구해 협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또 '영탁'이 경영주 백구영 회장의 '영'과 탁주의 '탁'을 합친 것이라며 영탁막걸리 판매를 강행했다. 이에 영탁은 같은 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청은 2020년 7월 예천양조가 출원한 '영탁' 상표를 심사한 끝에 "미스터트롯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탁의 예명과 동일하다"며 등록거절을 통지했다. 백 회장은 영탁막걸리를 출시할 때 언론에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었는데 우연히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잔'을 봤다"며 "매치가 잘 된다 싶어 이름 그대로를 썼고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관계를 지적하며 "예천양조는 출원상표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게다가 예천양조는 상표출원 등록거절 과정에서 영탁의 승낙 없이는 상표를 등록할 수 없음을 알게 됐는데도 영탁 표지를 계속해서 사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예천양조는 "방송·공연업과 막걸리 제조·판매업 사이에 관련성이 없어 혼동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주체 혼동'은 '넓은 의미의 혼동'과 '후원관계의 혼동'도 포함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천양조는 지난 25일 항소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