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 형제만 94명?…미국 산부인과 의사가 저지른 악행[이현정의 현실 시네마]

2023. 7. 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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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개인적으로 그 사람은 이걸 실험으로 생각했다고 봐요. 역겨운 일이죠."

"악몽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된 일이었어요."

미국 인디애나주의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평범하게 살던 자코바 발라드.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김새에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금발에 파란 눈이었던 것.

한때 입양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그는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불임이었던 아빠와 아이를 갖고 싶었던 엄마가 저명한 난임 전문가인 도널드 클라인 박사를 찾아가 인공수정을 받은 거죠.

성인이 된 자코바는 문득 자신과 동일한 DNA를 가진 형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23앤드미'를 접합니다. '23앤드미'는 개인의 DNA 결과를 바탕으로 전세계 DNA 지도를 그려주는 서비스입니다. 같은 정자는 3번 이상 쓰지 않는다는 병원의 원칙을 들었던 터라 자코바는 최소 2명의 이복 형제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거죠.

[넷플릭스 제공]

그런데 확인해보니, 7명의 형제자매가 있다고 확인됩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자코바는 자체적으로 추가적인 형제자매를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DNA의 연결고리가 클라인 박사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클라인 박사가 자신의 정자를 썼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했어요. 왜 사람들을 속였을까요? 얼마나 오랫동안 그랬을까요? 내 형제자매가 얼마나 있을까요?"

[넷플릭스 제공]

이 사실을 안 자코바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클라인 박사를 접촉합니다. 그는 정자 기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항변합니다.

"정자 기증자를 구하지 못했을 때만 그랬을 뿐입니다. 그런 경우는 10명도 넘지 않아요."

그러나 그는 이후 말을 또 바뀝니다.

"(정자 기증을 한 경우는) 15명이 넘지 않을 거에요."

자코바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이를 언론에 제보하자 클라인 박사는 자코바에게 이렇게 간청합니다.

"아내와 결혼한 지 57년이 됐어. (이 이야기가 방송에 나가면) 우리의 결혼은 끝이야. 도와줄 수 있겠니? 당시에 나는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네 잘못이다. 온 세상이 알도록 방송하려는 거잖아. 이게 보도되며 내가 막심한 피해를 입어."

클라인 박사가 방송 보도의 여파를 걱정하는 사이 그의 생물학적 자녀의 수는 최소 94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정자를 기증 받은 경우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정자로 인공수정하려던 이들에게도 클라인 박사는 자신의 정자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넷플릭스 제공]

피해자들은 정체성 혼란에 빠졌습니다.

"내 정체성이 완전히 지워지는거에요. 이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그 자가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어요."

클라인 박사가 인디애나폴리스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탓에 피해자들은 대부분 반경 40km 내에 살았습니다.

[넷플릭스 제공]

알고 보니 클라인 박사는 기독교의 사이비 교단인 '퀴버풀' 신봉자였습니다. 퀴버풀은 자녀가 많을수록 성경적이라는 믿음 하에 최대한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성은 번식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죠. 동시에 퀴버풀은 세계 인구 구성에서 백인이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백인우월주의 사상도 강합니다. 실제로 클라인 박사의 생물학적 자녀들은 모두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백인이었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의 다수는 클라인 박사와 마찬가지로 자가 면역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클라인 박사가 자신의 유전 질환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거죠.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된 클라인 박사. DNA 검사상 모든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졌지만 그는 끝까지 이렇게 주장합니다.

"성적인 의미는 없었습니다. (생물학적 자녀들이) 자식이란 생각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실화로 넷플릭스 다큐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 제공]

클라인 박사는 재판으로 넘겨졌지만 법적 처벌은 집행유예에 벌금 500달러에 그쳤습니다.

사법당국의 판단마저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 셈이죠.

피해자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거나, 유전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저지른 자는 잘사는 반면 당한 자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그가 죗값을 치르는 걸 보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정의를 실현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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