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방에 녹음기 들려보낸 주호민, 후임교사도 녹취?…역고소 가능성도

웹툰작가 주호민, ‘아들 학대 혐의’로 특수교사 고소
교사 발언 무단 녹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가능성
민사상 손배 책임 있으나, ‘형사적 증거’ 효력도 有

웹툰 작가 주호민씨. 뉴시스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가 올해 5월에도 발달장애 아들에게 녹음기를 갖고 등교하게 했다는 학부모들의 추가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씨가 특수교사를 신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녹취본의 법적 효력이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주씨는 지난해 자폐 성향을 가진 자신의 아들을 담당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고, 해당 교사는 직위가 해제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주씨 부부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켜놓은 상태로 등교를 시켜 증거를 모았고, 녹음본을 아동학대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본에는 교사가 아이의 행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짜증을 내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5일 주씨의 아들은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학교폭력으로 분리조치된 상황이었고, A씨가 아이에게 ‘분리조치됐으니까 다른 친구를 사귀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학부모들은 A씨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고, 교사들 역시 평소 아이가 교사들과 아이들을 폭행해 문제가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학부모는 제보를 통해 “주호민 부부가 올해 5월에도 또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냈다”면서 “아이의 가방 안에서 녹음기가 발견됐고, 학부모들은 ‘얼마나 녹음을 하는 건가’, ‘평소에도 계속 녹음을 하는 건가’라며 깜짝 놀랐다”고 JTBC에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이후의 해명이 각각 달랐다. 주 작가 쪽에서 ‘학부모에게는 후임으로 온 활동보조 교사가 문제가 있어 확인하려고 했다’, ‘담임선생님께 이해를 받았다’고 하더라. 또 ‘담임선생님 쪽에서는 녹음할 일이 있으면 나에게 먼저 이야기하라고 하셨다’고 하더라. 그런데 활동보조 교사에게는 ‘집에서는 얌전한데 학교에서는 어떤지 너무 궁금해서 장애등급 심사를 받으려고 한다’고 또 다른 말을 했다”면서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학부모들이 놀라고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불법 녹음 아니냐”, “법적 증거로 효력이 있는 것이냐” 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했지만, 교사 측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주씨를 ‘역고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이에 따라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공개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씨가 교사의 발언을 녹음한 것은 법률상 위반행위에 해당해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형사적 증거로서의 효력은 가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주호민의 아들을 담당할 모든 교사들은 항상 주호민의 아들이 녹음기를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며 “부모 된 마음으로 작가 주호민의 행동이 한편 이해되는 부분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자신의 아들과 다른 특수아동들의 미래에 악영향을 준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씨는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26일 직접 입장문을 올려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 있었다. 우리 아이에게 매우 적절치 않은 언행을 하였으며 이는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한편 주씨가 고소한 특수교사의 선처를 바라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탄원서 80여장이 법원에 제출됐다. A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8월28일 열릴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