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중계하는 체육교사···“동산중 경기는 어디든 따라갑니다”[인제군 초청 우수 중학교 서머리그]

김세훈 기자 2023. 7. 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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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중학교 황오연 야구부장이 30일 인제군 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하늘내린 인제 우수중학교 야구팀 초청 서머리그’ 경남중학교 경기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제 | 김만석 선임기자



유튜브로 제자들이 뛰는 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체육교사 겸 야구부장이 있다. 주인공은 인천 동산중학교 야구부장 황오연 체육교사(54)다. 황 교사는 제1회 하늘내린 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서머리그가 열린 강원 인제군에 머물면서 제자들이 뛰는 경기를 중계했다.

황 교사는 30일 대회 최종 6차전 동산중-경남중전을 포함해 전 경기를 외야에서 중계했다. 고가 캠코더 카메라 등 1000만원 어치 장비를 동원했다. 동산중은 이날 이겨 5승1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황 교사가 야구 경기 중계를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2016년부터 야구부장을 맡고 있는 황 교사는 “그때는 휴대전화 한 대를 이용해 중계했다”며 “당시 제자들이 전국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연승을 거두는 상황을 학교, 부모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 동산중은 우승했고 지금도 황교사는 그때를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는다. 황 교사는 “그동안 계속 패한 동인천중학교를 꺾고 올해 인천야구협회장기에서 우승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지금까지 야구부가 가는 곳은 거의 따라다니며 유튜브 채널 ‘동산중야구부’를 통해 거의 모든 경기를 중계한다. 지난해 중계한 경기만 스무 경기가 넘는다. 황 교사는 “대회, 전지훈련 때 대체로 야구부와 동행한다”며 “이기는 경기를 중계할 때는 신이 나지만 패하는 경기를 내보낼 때는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동산중학교 황오연 야구부장이 30일 인제군 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하늘내린 인제 우수중학교 야구팀 초청 서머리그’ 경남중학교 경기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인제 | 김만석 선임기자 icando@kyunghyang.com



동산중 야구부는 1945년 창단됐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야구 명문 중학교다. 황 교사는 “야구를 빼놓고는 학교 역사를 논하기 힘들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며 “역사와 전통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동산중은 동산고를 비롯해 제물포고, 인천고 등 관내 야구 명문고에 많은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 황 교사는 “제자들이 선수로 대성할 때, 야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산중은 김건우(SK)를 비롯해 메이저리거인 최지만(피츠버그), 류현진(토론토) 모교다. 한 명도 배출하기 힘든 메이저리거가 두 명이나 있다. 최지만 담임교사였던 황 교사는 “선배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며 “나도 열심히 하면 저 선배들처럼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산중학교 황오연 야구부장이 30일 인제군 야구장에서 열린 ‘제1회 하늘내린 인제 우수중학교 야구팀 초청 서머리그’ 경남중학교와 경기에 앞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제 | 김만석 선임기자 icando@kyunghyang.com



대학 축구 선수 출신인 황 교사는 2029년 은퇴한다. 그때까지 야구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보고 싶은 장면이 두 개 있다. 황 교사는 “동산중이 최근 소년체전에는 계속 예선 탈락했다”며 “내가 교편을 잡는 동안 소년체전 금메달을 따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리는 것이다. 동산중, 동산고는 큼지막한 야구장이 각각 한개씩 있지만 모두 맨땅이다. 황 교사는 “요즘 야구대회가 대부분 인조잔디구장에서 열린다”며 “우리도 인조잔디구장에서 훈련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사는 야구부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비결에 대해서 “재정 관리를 투명하게 하고 학부모와 소통을 잘 하면 된다”며 “동산중은 모든 재정을 학교 통장으로 운영할 뿐 지도자·학부모가 따로 관리하는 통장은 없다”고 말했다. 동산중 박기범 감독은 “아주 열정적인 교사며, 야구부 학생들에게 잘해주는 부장”이라며 “황 교사의 꿈인 소년체전 금메달을 꼭 안겨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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