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중계하는 체육교사···“동산중 경기는 어디든 따라갑니다”[인제군 초청 우수 중학교 서머리그]
유튜브로 제자들이 뛰는 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체육교사 겸 야구부장이 있다. 주인공은 인천 동산중학교 야구부장 황오연 체육교사(54)다. 황 교사는 제1회 하늘내린 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서머리그가 열린 강원 인제군에 머물면서 제자들이 뛰는 경기를 중계했다.
황 교사는 30일 대회 최종 6차전 동산중-경남중전을 포함해 전 경기를 외야에서 중계했다. 고가 캠코더 카메라 등 1000만원 어치 장비를 동원했다. 동산중은 이날 이겨 5승1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황 교사가 야구 경기 중계를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2016년부터 야구부장을 맡고 있는 황 교사는 “그때는 휴대전화 한 대를 이용해 중계했다”며 “당시 제자들이 전국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연승을 거두는 상황을 학교, 부모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 동산중은 우승했고 지금도 황교사는 그때를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는다. 황 교사는 “그동안 계속 패한 동인천중학교를 꺾고 올해 인천야구협회장기에서 우승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지금까지 야구부가 가는 곳은 거의 따라다니며 유튜브 채널 ‘동산중야구부’를 통해 거의 모든 경기를 중계한다. 지난해 중계한 경기만 스무 경기가 넘는다. 황 교사는 “대회, 전지훈련 때 대체로 야구부와 동행한다”며 “이기는 경기를 중계할 때는 신이 나지만 패하는 경기를 내보낼 때는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동산중 야구부는 1945년 창단됐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야구 명문 중학교다. 황 교사는 “야구를 빼놓고는 학교 역사를 논하기 힘들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며 “역사와 전통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동산중은 동산고를 비롯해 제물포고, 인천고 등 관내 야구 명문고에 많은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 황 교사는 “제자들이 선수로 대성할 때, 야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산중은 김건우(SK)를 비롯해 메이저리거인 최지만(피츠버그), 류현진(토론토) 모교다. 한 명도 배출하기 힘든 메이저리거가 두 명이나 있다. 최지만 담임교사였던 황 교사는 “선배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며 “나도 열심히 하면 저 선배들처럼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축구 선수 출신인 황 교사는 2029년 은퇴한다. 그때까지 야구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보고 싶은 장면이 두 개 있다. 황 교사는 “동산중이 최근 소년체전에는 계속 예선 탈락했다”며 “내가 교편을 잡는 동안 소년체전 금메달을 따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리는 것이다. 동산중, 동산고는 큼지막한 야구장이 각각 한개씩 있지만 모두 맨땅이다. 황 교사는 “요즘 야구대회가 대부분 인조잔디구장에서 열린다”며 “우리도 인조잔디구장에서 훈련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사는 야구부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비결에 대해서 “재정 관리를 투명하게 하고 학부모와 소통을 잘 하면 된다”며 “동산중은 모든 재정을 학교 통장으로 운영할 뿐 지도자·학부모가 따로 관리하는 통장은 없다”고 말했다. 동산중 박기범 감독은 “아주 열정적인 교사며, 야구부 학생들에게 잘해주는 부장”이라며 “황 교사의 꿈인 소년체전 금메달을 꼭 안겨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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