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30만원' 중국집 배달원…"연봉 1억 내놔" 황당 소송

곽용희 2023. 7. 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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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30만원' 배달부 구인공고 낸 중국집 사장
"기본급 330만원 맞죠?" 묻는 구직자에 "그렇다" 대답
해당 직원, 취직 이후 "수당은 별도, 월660만원 내놔라" 소송
전문가들, '구인 공고 조건 확인해줄 때 주의해야"
사진=게티이미지

사업주의 허술한 답변을 교묘하게 이용해 월급을 두배로 달라고 소송을 낸 중국집 배달원이 법원에서 패소했다. 구직공고를 내거나 구직자와 협의 시 근로조건을 두고 명확하게 정해놓거나 꼼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중국집 배달원 A씨가 사장 부부를 상대로 청구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월330만원" 공고에..."수당 330만원은 별도로 달라"

중국집을 운영하던 사장 부부는 2020년 9월 배달직원 모집을 위해 구인 광고를 냈다. 구인 광고에는 △급여 330만원 이상(협의 가능) △근무 기간 1년 이상 △ 주6일 근무 △배달 고정 일당 14만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임금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급여'라고 표현한 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

A는 이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 이 과정에서 A는 "근로 시간 09시~21시+주 6일 근무 + 월 기본급여 330만원 + 주 1회 평일 선택 휴무+하루에 식사 2~3회 제공 등의 조건에 가능합니까?"라고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급여'를 '기본급여'로 교묘하게 바꾼 것이다.

이에 사장이 "맞다"고 답하자 "제가 문자로 전송한 근로조건이 모두 가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라고 재차 물었고, 사장이 "그렇다"고 또 답변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A는 면접을 거쳐 다음 달 3일부터 근로를 시작했다. 하지만 근무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직원들과 갈등을 일으켰다.

7일 사장은 A와 월급 330만원이라는 취지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려 했지만 A는 서명을 거부했다. A는 사장에게 "월급 330만원이 아니라 월 기본급 330만원"이라며 "연장근로수당 및 법정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을 합산해 월급 659만원을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9일부터 출근을 중단했다. 4대 보험료 등을 제외한 월급 실수령액 660만원은 연봉 1억이 넘는다.

사장 부부는 결국 12일 해고예고 통보서를 보냈고 다음 달 A를 해고했다. 이에 A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결국 사장 부부를 상대로 부당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A는 재판에서 "기본급 330만원에 합의했으므로 주휴수당과 연장근로 수당 등을 포함한 정당한 임금은 659만원"이라며 "그럼에도 불리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부당해고를 했으므로 이를 무효로 하고 매월 659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는 "식사 시간에 배달 업무를 시켰고 정당한 휴게시간도 주지 않았다"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구인 광고는 근로자 급여가 ‘월 330만원’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배달직원들은 기본급여와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임금의 총액을 협의하고 근무하는 게 일반적 관행"이라며 "이 중국집의 다른 배달직원들도 월 330만원 수준의 총급여를 지급받았을 뿐 별도 수당을 지급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직원들과 달리 A에만 약 2배에 이르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감수하고 구인 광고를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미 유사한 배달업종에서 여러 차례 근무한 경력이 있던 A도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배달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통상적인 식사 시간에 배달업무를 해야 했다는 사정만으로 사장이 A에게 정당한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럼에도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출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왜 출근하지 않느냐는 사장 부부의 독촉에도 계속 출근을 거부한 것은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 제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고용관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잘못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며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 서울고등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A가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구인 광고에 기재된 근무조건을 나열하면서 ‘기본 급여’라는 단어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장이 A의 질문에 대해 ”네, 맞습니다“라고 답장했다는 이유로 A에게 ‘각종 수당 등을 제외한 기본급으로만 월 3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되레 "설령 A의 주장처럼 사장의 답장이 ‘기본급으로만 월 3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라고 해도 사장의 '진의'와는 다른 의사표시로서, 이는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해 근로계약은 취소됐다"고 꼬집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구직자가 사업주의 불확실한 대응을 유도한 케이스"라며 "법원이 해당 업계의 관행과 연봉 수준 등을 감안해서 근로 조건에 대한 사업주의 '진의'를 판단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직 공고 시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는 근로자들도 민감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준비하고 답변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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