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타니와 승부를 안 한다...' 무려 4출루 위엄, 채프먼이 감독한테 분노한 게 영향 미쳤나

김우종 기자 2023. 7. 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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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오타니 쇼헤이가 30일(한국시간) 토론토전에서 1회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AFPBBNews=뉴스1
30일(한국시간) 토론토 로저스 센터의 모습. 뒤쪽으로 CN타워가 보인다. /AFPBBNews=뉴스1
오타니(가운데)가 3회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헬멧을 만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제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를 만나면 차라리 승부를 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야말로 집중 견제다. 오타니가 자동 고의 4구로 두 차례나 출루하는 등 무려 4출루 경기를 펼쳤다.

오타니는 30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펼쳐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2023 메이저리그(MLB) 원정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2타수 1안타 2볼넷 1몸에 맞는 볼 1삼진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지난 2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멀티 홈런을 터트린 뒤 29일 토론토전에서도 홈런 1개를 추가하며 올 시즌 39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이날 비록 40홈런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2루타를 때려내는 등 4출루로 맹활약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오타니는 타율 0.302, 출루율 0.400, 장타율 0.683을 각각 마크했다. 아메리칸리그 장타율과 출루율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오타니다.

오타니는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토론토 선발 투수는 한국 팬들에게 '류현진 바라기'로 잘 알려진 알렉 마노아. 오타니는 초구 파울팁 스트라이크 이후 볼 1개를 골라낸 뒤 파울 2개를 연속으로 쳤다. 1-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오타니. 제 5구째. 마노아가 뿌린 82.2마일(약 132.2km) 슬라이더가 오타니의 발을 때리고 말았다. 오타니의 올 시즌 두 번째 몸에 맞는 볼이자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15번째 몸에 맞는 볼이었다. 순간적으로 외마디 비명을 지른 오타니는 그래도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1루로 걸어 나갔다. 이어 상대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도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오타니는 후속 모니악과 워드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홈을 밟지는 못했다.

오타니가 1회 마노아의 투구에 발을 맞은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오타니는 3회 선두타자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몸쪽 볼을 피한 뒤 2구째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그냥 지켜본 오타니. 그리고 3구째 마노아의 94.1마일(151.4km) 싱커를 잡아당겨 2루수 옆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게임데이에 따르면 타구 속도는 113.6마일(182.8km)이었다. 빠르게 우중간 외야로 굴러간 타구를 상대 우익수 조지 스프링어가 넘어지면서 잡아냈다. 이를 본 오타니는 2루로 성큼성큼 뛰어간 뒤 슬라이딩을 하며 2루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후속 세 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오타니가 3회 2루타를 때려내는 순간. /AFPBBNews=뉴스1
3회 타격 이후 1루로 질주하는 오타니. /AFPBBNews=뉴스1
오타니는 이후 두 타석에서 모두 자동 고의4구로 출루하는 위용을 보여줬다. 양 팀이 여전히 0-0으로 팽팽히 맞선 5회초. 1사 후 렌히포가 우익선상 2루타를 치고 나갔다. 1루가 빈 상황. 아직 경기 후반부도 아니었지만, 토론토 벤치는 오타니와 승부를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오히려 마노아가 흔들렸다. 후속 모니악에게 6구째 볼넷을 허용한 뒤 다음 타자 워드에게는 3구째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선취점을 내줬다. 워드의 머리 쪽으로 향한 공은 헬멧과 얼굴 부근을 강타했다. 매우 아찔했던 순간. 워드는 더 이상 뛰지 못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마노아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카브레라가 대신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마노아의 투구가 워드의 헬멧을 때린 아찔한 순간. /AFPBBNews=뉴스1
토론토 선발 마노아(오른쪽)가 워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뒤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워드(가운데)의 상태를 살피는 의무진. /AFPBBNews=뉴스1
결국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워드(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 /AFPBBNews=뉴스1
5회 워드의 몸에 맞는 볼 이후 오타니의 모습. /AFPBBNews=뉴스1
오타니의 위엄은 이어진 6회초에서 다시 한번 빛났다. 팀이 1-2로 뒤진 상황. 선두타자 렌프로가 우전 2루타로 출루한 뒤 1사 후 스테파니치이 중견수 뜬공 때 태그업하며 3루까지 갔다. 렌히포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 3루가 됐고, 다음 타석에 오타니가 들어섰다. 그런데 이번에도 토론토 벤치는 오타니와 승부를 피했다. 1루가 아닌 2루가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타니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것이다. 오타니의 올 시즌 10번째 자동 고의4구. 그리고 토론토 구원 투수 트레버 리차드는 다음 타자 모니악을 삼진 처리하며 6회를 마무리 지었다. 결과적으로 오타니를 거르면서 만루책을 쓴 토론토의 선택이 옳았던 셈이다.

사실 전날(29일) 토론토 3루수 맷 채프먼이 오타니를 거르지 않고 승부한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에게 분노하는 모습이 포착돼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렇지만 이날 오타니를 거른 슈나이더 감독의 선택은 통했다. 두 차례 연속 치고 싶어도 치지 못했던 오타니. 그는 팀이 1-6으로 뒤진 9회초 무사 1루 기회에서 5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볼카운트 1-2에서 바깥쪽에 살짝 걸친 이미 가르시아의 82.8마일(132.3km) 커브에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한편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4출루 활약에도 불구하고 산발 6안타에 그치며 1-6으로 패했다. 토론토는 5회말 에스피날의 좌월 투런포로 2-1 역전에 성공한 뒤 7회 또 2점을 추가했다. 선두타자 커크의 좌월 솔로포에 이어 1사 1루에서 메리필드가 우중간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이어 8회에는 앞서 홈런을 쳤던 커크가 무사 1루에서 투런 아치를 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에인절스는 5회 1사 만루와 6회 2사 만루의 기회에서 득점을 뽑지 못한 게 뼈아팠다. 에인절스는 연이틀 토론토에 패하며 54승 51패를 마크했다. 반면 토론토는 3연승을 달리며 59승 46패를 기록했다.

30일(한국시간) 승리 후 기뻐하는 토론토 선수들. /AFPBBNews=뉴스1
1회 몸에 맞는 볼에도 크게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오타니. /AFPBBNews=뉴스1
◆ LA 에인절스 vs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 라인업(한국 시각 7월 30일, 관중 41,997명 입장)
- LA 에인절스 : 루이스 렌히포(좌익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미키 모니악(중견수)-테일러 워드(좌익수)-마이크 무스타커스(1루수)-맷 타이스(포수)-헌터 렌프로(우익수)-에두아르도 에스코바(3루수)-마이 스테파니치(2루수). 선발 투수 리드 디트머스.

- 토론토 블루제이스 : 윗 메리필드(2루수)-보 비셋(유격수)-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루수)-맷 채프먼(3루수)-조지 스프링어(우익수)-대니 잰슨(지명타자)-알레한드 커크(포수)-산티아고 에스피날(2루수)-케빈 키어마이어(중견수). 선발 투수 알렉 마노아.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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