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고소' 주호민 사건이 공공성을 띄는 이유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아동학대 혐의로 특수 교사를 고소한 주호민 작가가 역풍을 맞았다. 교육계는 물론 의료계, 정치권까지 주호민 부부의 대응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비판과 분노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듯 하다.
주호민은 지난해 11월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첫째 아들을 가르친 특수 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주호민은 아들이 A씨에게 정서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A씨의 동료들과 학부모들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A씨를 옹호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매체를 통해 'A씨에겐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호민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아들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A씨의 언행을 들었고, A씨가 단순 훈육이라고 보기 힘든 적절치 않은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백히 (A씨에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하며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 판단으로 교사를 교체하기 어려워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호민에 따르면 A씨를 고소하기 전 부부는 5명의 변호사와 용인경찰서 아동학대 담당관에게 교사 교체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주호민은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학교는 교사 교체에 대한 결정권이 없어 결국 A씨를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A씨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주호민 부부가 (녹음된 내용에서) 문제를 삼은 단어인 '고약하다'는 받아쓰기 수업 중 단어의 개념을 설명하다 언급된 말이라는 것이다. 사건에 앞서 주호민 부부의 아들은 통합반 수업 중 한 여학생 앞에서 속옷을 내려 하반신 신체를 노출하는 행위를 했고, 이 일을 계기로 A씨가 담당하는 특수반으로 옮기게 됐다. A씨는 아이에게 '고약하다'는 말을 한 건 받아쓰기 단어였고, 그 뜻을 설명하기 위해 '네가 여학생에게 한 일이 바로 고약한 일이야. 그래서 네가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듣지 못하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여학생의 일을 언급한 건 설명을 위한 예시였으며 훈육이였다는 것.
주호민의 아들은 주로 통합반에서 수업을 받았지만 지난해 문제 행동을 일으킨 후 A씨의 반, 특수 교사 반으로 옮겨졌다. A씨가 실제로 아이를 가르친 기간은 짧다. A씨는'학교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부부의 주장에 대해 "주호민이 먼저 면담을 요청했지만, 전 날 취소했다"고 밝혔다. 또 주호민 아들이 문제를 일으킨 당시 부부가 피해 여학생에 대한 사과 보다 자신들의 아이가 통합반에서 수업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더 컸다며 아쉬워했다.
부부가 문제를 제기한 A씨의 발언들은 일부만 알려졌다. A씨는 받아쓰기 수업 중 아이에게 '고약하다','종이를 찢어 버려요'라고 말하거나, 통합반 친구들과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녹음 파일이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정황은 알 수 없는 상황.
때문일까, 역풍이 거세다. 특히 특수반에 재학 중인 학생의 학부모들이 A씨를 적극 옹호하면서 부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부부가 A씨를 고소하면서 특수반 담당이 '기간제 교사'로 대체된 점도 논란 거리다. 부부의 고소로 장애가 있는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계, 그중에서도 특수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은 사건의 추이를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타 학교에 재학 중인 특수 교사들 역시 부부의 처사가 과했으며, 이들이 학대라고 지적하는 근거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모호하다고 말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비슷한 입장이 나왔다. 지난 28일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SNS에 "부모 된 마음으로 주호민의 행동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주호민이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은 데 대해 "앞으로 주호민의 아들을 담당할 모든 교사들은 항상 주호민 아들이 녹음기를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짚었다.
부부가 면담을 건너뛴 점도 문제 삼았다. '면담을 건너뛴 고소로 인해 특수아동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이번에 피소를 당한 교사에 대해 질감을 느끼고 나의 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전문성이 위축될 때 전문가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정치권에서도 사건이 언급됐다. 조경태 국민의 힘 의원은 국회에서 '교권 추락' 사태를 비판하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웹툰 작가(주호민)의 아이를 지도하던 특수교사가 고소를 당한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조 의원은 "이 선생님이 헌신적인 선생님이라는데 현재 직위해제 되어 있다고 한다"며 "고소 당한 특수교사 분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지 않겠나. 현재 얼마나 심리적 압박을 느끼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교육부 장관은 "더 이상 교권이 무너지는 현상을 지켜볼 수 없다"는 지적에 "빨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주호민은 입장을 발표할 때 부부의 고소가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상담을 거친 변호사가 몇 명 인지, 관할경찰서와 부서명까지 정확히 공개했지만 정작 여론을 전환하거나 가를 수 있는 알맹이는 빠져있었다. 논란의 시작, 부부가 아이의 가방에 넣은 녹음기다.
사건이 확대되면서 각계 각층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중 일부에는 오해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아이를 향한 원색적이고 폭력적인 악플들도 보인다.
중요한 건 주호민 부부의 주장 보다 이들을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에 더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현 녹음기 내용에는 다수가 '정서적 학대'라고 해석할 수 있는 정황들이 부족하다. 부부와 아이를 둘러싼 논란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녹음기 및 추가 정황 공개가 필요한데 추후 움직임이 없다.
최근 한국 사회는 '추락한 교권'의 현실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혹여 부부가 외부의 비판들을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내가 낳은 아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일'로 외면하고 있다면 착각과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주호민 부부와 교육자의 갈등은 특수 교육자와 자폐 아동에 대한 오해를 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지닌다. 사건은 특수 교육계 종사자와 장애 학생들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고 있다. 주호민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인정'이든, 명백한 학대였음을 밝히는 '소신'이든 다시 입을 열길 바라는 이유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을 때는 시시비비 가리기에 치중된 비판이 아닌 특수교육, 공공교육에 대한 제도적 논의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진심으로 기리는 일은 교육계에서 발생한 특정한 사건들이 시사하는 의미를 되짚고, 자성하고, 개선을 모색하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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