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학 졸업자 연봉은요…” 알려주는 나라가 있다? [세계엔]
■ 수낵 영국 총리 "대학들, '거짓 꿈' 장사한다"
영국 정부가 대학교 '부실 학과'를 고르는 기준을 강화한다고 BBC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중퇴 비율, 전문직 취업율 등을 평가했는데, 여기에 기준을 하나 더 넣는다는 겁니다. 졸업생의 예상 연봉(potential income)입니다. 일정 평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학과 모집 정원을 정부가 제한할 방침입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거짓 꿈(false dream)'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그는 "영국은 세계 최고 대학들의 본거지이고 학위를 위해 공부하는 건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면서도, "(대학들이) 너무 많은 청년에게 거짓 꿈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학 졸업장을 따도 변변한 직업을 갖기 힘든 상황인데 학위 장사가 도를 넘었다는 거죠.
■ "대학 괜히 왔어" 불만 커지는 영국 학생들
실제로 영국에서 대학 교육에 대한 불만은 상당합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대학 교육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건수가 지난해까지 최근 4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영국 재정연구소(IFS)의 2020년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 졸업생 5명 중 1명(매년 약 7만 명)은 대학에 가지 않았다면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학 교육의 '가성비'는 더 떨어졌습니다. 학비는 학비대로 내고 학교 시설이나 장비는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죠. 영국 대학생들은 대학 등록금 반환 소송이나 기숙사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영국 물가 나홀로 '고공행진'
그런데 영국에서 대학 교육만 가성비가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 물가 추이를 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겨우 잡혀가는 모양새지만, 영국은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영국의 소비자물가는 5월 기준으로 8.7%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달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렸습니다. 13번 연속 인상인 데다 시장 예상보다 폭도 컸습니다. 이제 영국의 기준 금리는 5%를 찍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 발표된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다행히 7.9%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물가는 치솟는데 월급 인상률은 못 따라가고, 금리까지 고공행진인 상황. 영국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고달파지고 있습니다. 재정연구소(IFS)는 21일 고금리 탓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영국인 140만 명의 가처분 소득이 20% 넘게 줄어들 거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영국에서는 공공과 민간 분야 가릴 것 없이 임금 인상 요구 파업과 시위가 번지고 있습니다.
■ 집권 '보수당' 책임론 커져
집권당인 영국 '보수당'과 수낵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겁니다. 특히 보수당은 2010년부터 14년째 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보수당이 주도했고, 그 결과 경기 먹구름이 더 짙어졌다는 여론도 상당합니다. 최근에는 브렉시트에 앞장섰던 한 우파 정치인이 BBC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수당 정치인들이 잘못 관리해서 '브렉시트'는 실패했다. 경제적 혜택이 없었다"고 대놓고 인정했습니다.
■ 돌아선 표심…내년 총선 향방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20일 영국에서 보수당이 강세를 보여온 3개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수낵 정권에 대한 중간 성적표이자,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볼 수 있죠. 보수당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지역구(억스브리지)에서만 간신히 승리했습니다. 나머지 2곳은 야당(노동당, 자유민주당)이 크게 이겼습니다.
"영국 보수당이 경제 운영 능력에 대한 명성을 크게 훼손했고, 회복하기 매우 힘들 것(뉴욕타임스)"이란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한편에선 "그래도 보수당이 지역구 1곳을 지켜낸 데 의미가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나옵니다. 수낵 총리는 "전통적으로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이 승리하기는 힘들다"고 방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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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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