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의 본질은, 액션이다"…류승완, 액션장인의 '밀수'
[Dispatch=박혜진기자] "배우와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아요. 늘 열린 마음이고요."(김혜수)
"제가 (연기를) 고민하고 헤맬 때마다 바로 답을 주셨죠."(염정아)
"성실함이 그를 만들었어요. 모든 시퀀스를 오차 없이 담아내죠."(조인성)
"팬이었고, 꿈이었어요. 저의 연기는 100% 그의 영향이죠."(박정민)
"왜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지 알겠어요. 모든 게 완벽했어요."(고민시)
흔히들 말했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실패하려야 할 수 없는 조합이라는 것.
반대로 배우들은 말했다. 이 드림팀의 완성은, 그의 덕이라는 것. 이 모든 찬사가 향하는 곳, 류승완 감독이다.
타고난 줄 알았다. 쫄깃한 액션, 깔끔한 전개, 확실한 기승전결. 거기다 적재적소에 버무리는 맛깔난 유머까지.
알고 보니, 누구보다 발로 뛰었다. 관객에게 새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라면, (남들이 꺼리는)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를 만난 후, 왜 모두가 그를 원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디스패치'가 류승완 감독을 만났다. 카메라 뒤 그의 노력을 들었다.
◆ '밀수'의 한 수
류승완은 '밀수'를 고안하기 전, 고민에 빠졌다. (천만 영화의) 성공에 기대 같은 걸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도전과 안정사이에서 헤맸다.
"필모그래피가 쌓인 감독들은 새로움과 익숙함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요. 기대를 충족하면서 얼마나 (새롭게) 나갈 수 있을지, 항상 부딪히죠."(류승완 감독)
그가 택한 건, 새로움. 1970년 밀수의 시대다. 이번엔 카메라를 바닷속으로 돌렸다. 수중 액션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그는 "못 봤던 장면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해녀들의 밀수라…서스펜스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수중 액션 영화는 기존에도 있었다. '007 선더볼 작전'(1969, 감독 테렌스 영)에서도 물 속에서 핵폭탄을 옮긴다. 요트 격투신도 등장한다.
"하지만 비무장 상태에서 해녀들이 맨몸으로 펼치는 액션은 없었죠. 물에서는 (성별보다) 숙련도가 유리하거든요. 그 점이 흥미로웠어요."
물 속에서는 중력의 지배를 덜 받는다. 대신, 물의 저항이 있다. 움직임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극의 텐션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류 감독은 "독특한 움직임을 할 수 있어 더 좋았다"며 "그동안 중력의 작용 때문에 하지 못했던 움직임을 물에서 구현했을 때 짜릿했다"고 전했다.
◆ 수중 액션의 난관
예상했던 것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실제 바다에서 리얼하게 찍고 싶었다. 날씨, 바람, 송수신 등 바다 촬영은 갖춰야 하는 조건이 많았다.
그는 "전반적인 물속 장면들에 고민이 있었다"며 "의외로 더 힘들었던 건, 물 밖에서의 장면이다. 어마어마하게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장소 섭외 때 갔던 곳을 다시 갔을 땐 찾지 못하기도 했어요. 물길을 모르니까. 섬이 헷갈리기도 하고, 조금만 더 가면 일본이었죠.(웃음)"
실내와 실외 수조, 2가지 세트를 만들었다. "바다에서 찍는 건 불가능했다"며 "진짜 같은 수면을 찍기 위해 수조에 배를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물 위에서는 포크레인으로 파도를 만들었다. 스태프들이 배를 직접 흔들었다. 물 아래에서는 잠수팀이 배를 잡고 버텼다. 그렇게 리얼한 물결을 만들었다.
류 감독은 "바다 장면이 진짜 힘들구나 싶었다"며 "매번 새로운 걸 찍었다. 하나하나 해보면서 노하우를 쌓게 된 거 같다"고 전했다.
◆ 완전한 드림팀
외적인 준비를 마쳤다. 남은 건 배우들의 움직임. 수중 발레 전문가들로 팀을 꾸렸다. 수중코치를 섭외, 물속 액션을 만들었다.
3D 콘티를 준비했다. 배우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모든 동선을 계산했다. 배우들은 섬세한 콘티 덕분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류 감독은 수직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담았다. 다양한 액션 시퀀스를 시도했다. 화면에서 그의 장기를 마음껏 펼쳤다.
심해에서 짜릿한 액션을 선보였다. 해녀들은 총 대신 낫을 들었다. 밀항선에서 뛰어내리고, 거대 상어에 쫓긴다.
배우들도 촘촘하게 배치했다. 중심인물을 계속 변화시킨다. 물속에서 김혜수가 거친 연기로 힘을 주면, 염정아가 감정 연기로 완급을 조절한다.
조인성은 지상을 책임졌다. 맨주먹 액션을 펼친다. 박정민은 예측 불가한 코믹 연기로 날아다녔다. 고민시는 맛깔난 마담으로,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 영화는 장르적 세기 안에서 인물들이 (자유롭게) 노는 거예요. 관계 변화가 중요하죠. (관객의) 기대치를 벗어나는, 기분 좋은 배신이 있을 겁니다."
◆ 가고 싶은 현장
배우들은 입을 모아 '패밀리십'을 강조했다. 어느 현장보다, 끈끈했다는 것. 현장을 하나로 묶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류 감독은 "배우분들이 팀워크가 워낙 좋아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며 "저는 그저 똑같이 뛰어다니고 준비한다"고 겸양을 보였다.
"김혜수와 염정아 배우가 중심에서 코어를 잡아줬어요. 배우들이 현장을 좋아하니 그 기운이 스태프들에게도 갔죠. 저는 그저 잘 웃은 거밖에 없어요."
대배우들도 '밀수'를 통해 새 현장을 경험했다. 김혜수는 "처음으로 더불어 즐거운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그 뒤에는 뛰어다니는 감독이 있었다.
그는 "모니터와 카메라 사이에 휘발되는 것들이 있다. 그 간극을 줄이려 한다"며 "현장의 상태, 상황,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제가 연출하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언제든 제가 실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잊어버리지 않으려 해요. 그뿐이죠."
◆ 류승완이 원하는 액션
류승완은 시작부터 액션이었다.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까지 진화하는 액션을 선보였다.
그에게 액션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저 스스로 액션 영화 찍는 감독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액션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 액션의 개념이 조금 다르다는 것. 치고받는 것만이 액션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동작도 액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터 키튼이나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도, 심리적 작용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스릴러, 코미디도 제겐 훌륭한 액션이에요. 영화의 본질은 결국 움직임이죠."
그는 "결국 관객들에게 어떤 정서적인 효과를 일으키냐가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좋은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밀수'에 여러 감정과 장르를 녹였다. "장르는 해양 활극 같기도, 우정 영화같기도 하다. 인물에는 완벽한 선인도, 악인도 없다. 취사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수 2'를 기대해도 될까?
"캐릭터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80년대로 배경을 옮기면 재밌는 스토리가 나오지 않을까 해요. (시즌 2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웃음)"
<사진제공=NEW, (주)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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