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식물 '선인장'도 말라 죽어...美 43도 넘는 폭염으로 피해 확산

기록적 고온과 계절풍 부재가 선인장 생장 막아

사진=연합뉴스

미국 남부에서 한 달여간 이어진 폭염으로 사막 식물인 선인장까지 고온을 견디지 못해 죽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과 ABC 계열 투손 지역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애리조나주의 식물 전문가들은 최근 이 지역의 명물로 꼽히는 사구아로 선인장이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막에서 사는 사구아로는 15m 정도 높이까지 자라며 평균 수명이 150∼175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사막식물원의 과학책임자 킴벌리 맥큐는 이 식물원에 있는 사구아로 선인장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안쪽부터 썩어가며 쓰러지고 있다고 CNN에 밝혔습니다.

맥큐는 애리조나의 기록적인 고온과 몬순(계절풍)의 부재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인장은 사막의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 필수적인 생명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 피닉스에서는 밤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구아로가 질식·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맥큐는 "사구아로가 더위와 건조한 환경에 아름답게 적응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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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야생에 있는 선인장들보다 피닉스 도시 내에 심어진 선인장들이 열섬 효과로 피해가 더 큽니다.

피닉스에서는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16일 연속으로 밤 최저기온이 화씨 90도(섭씨 32도) 이상인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지난 29일 최저기온은 화씨 95도(섭씨 35도)를 기록했습니다. 하루 최고기온은 이날까지 29일 연속으로 화씨 110도(섭씨 43도)를 넘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애리조나-소노라 사막 박물관의 식물학자 에릭 레이크스트로는 "일반적인 몬순의 영향을 받으면 사구아로의 생존을 돕는 다른 식물들이 지금쯤 상당히 무성해지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 사구아로가 성장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피닉스가 있는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 보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총 25명이 더위와 관련된 사망자로 확인됐습니다. 온열 질환 관련성이 의심되는 249명에 대해서는 사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 미국 남부 지역의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남부 텍사스주(州)의 경제 손실이 95억 달러(약 12조1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폭염 때문에 주민들이 야외로 나가는 것을 자제하고 생필품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등 불필요한 사회활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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