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으로 세계 정복 중… ‘하이브’에 가봤습니다 [화제의 공간]
2020년 10월, 세계일보가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이사했다. 와보니 옆 블럭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메가슈퍼빅히트곡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그 빅히트와 이웃이 되다니. BTS를 좋아하는 한 아미 후배는 “출근길에 우연히 진을 볼 수도 있지 않겠냐”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빅히트는 ‘하이브’로 변신해 용산 시대를 열었다. 인근 센트럴파크타워 32층에 위치한 세계일보 편집국 서남쪽 창문에 서면 지상 19층, 지하 7층의 세련된 하이브 사옥(용산트레이드센터)이 보인다.
그리고 지난달 14일은 월드 아이돌 BTS의 데뷔 10주년 기념일이었다. 서울 전체가 ‘외국 팬들이 몰려온다’며 들썩였다. 하이브는 사옥에 BTS 데뷔 10주년을 자축하는 슬로건을 걸었다. 팬데믹도 끝났겠다, 그간 ‘과연 BTS의 보금자리는 어떤 곳일까’ 궁금했던 하이브를 찾아갔다.
◆업무 효율성 높인 공간…직원·아티스트 분리 철저
이달 초, 오랜 섭외와 협의 과정을 거쳐 하이브 사옥 내부를 탐방했다. 건물 바깥에서 보면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특별한 상징물이나 장식이 없어 티가 안난다. 정문으로 들어서니 외부와 마찬가지로 로비도 휑하다. 소속 아티스트 사진 한 장조차 걸려있지 않다. 안내 데스크와 손님이 잠시 대기할 수 있는 작은 카페, 그리고 풍채좋은 보안직원 몇 명이 있을 뿐이다.
마침 이곳을 찾은 외국인 팬이 보안직원에게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지 물었다가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세계일보 앞을 바삐 지나가던 외국 팬들이 저렇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을 위한 굿즈샵이나 전시관,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로비에 만들어 뒀으면 좋았겠지만, 일부러 팬 방문을 차단하고 철저히 일하는 공간으로 사옥을 두려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업무 공간으로 올라가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출입구와 엘리베이터는 일반 직원 근무 공간인 7∼16층과 18층 카페, 19층 식당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안무연습실, 스타일링실 등이 위치한 2∼6층과 아티스트 전용 휴식공간인 17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렇게 출입구가 나뉘어 있어 일반 직원 역시 아티스트 공간에는 접근할 수 없다. 평소 아티스트들은 지하 주차장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용 공간에서 생활한 뒤 퇴근할테니 일반 직원들이 그들을 볼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소속 아티스트를 자주 보느냐는 질문에 홍보팀 I님은 “하이브 내에서도 그들은 유니콘 같은 존재다. 어딘가에 있다고 듣긴 했는데 본 사람은 거의 없는”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사무공간 끝에는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미니 도서관이 있다. 세 개 층에 걸쳐 연결돼 있는 이 공간에는 문화, 음악, 패션, 철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 국내외 서적이 비치돼 있다. 직원들이 머리를 식히며 업무와 관련한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꾸몄다고 한다.
18층엔 직원 식당이 있다. 풀무원이 위탁 운영한다. 마침 오전 11시30분이 되자마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직원들이 쏟아져 내렸다. 식사 시간은 인원이 몰리지 않도록 2시까지 30분 단위로 나눠 이용한다. 직원들은 앱을 통해 미리 식사 시간과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부타동과 샐러드 등 4가지 메뉴가 준비돼 있었다. 한끼 식사는 정액 2000원이다. 나머지는 회사에서 부담한다.
◆자율·수평적 문화 매력…각계 고급인력 흡수
하이브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사내 카페에서 받은 인상은 ‘생각보다 젊지 않다’였다. 엔터 기업이라 2030 세대가 대부분일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지만 경력 있어 보이는 직원들도 많았다.
하이브 관계자는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많은 회사에서 경력직으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면서 “지금도 수시로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엔터업계 뿐만 아니라 게임, 정보기술, 금융, 언론 등 다양한 직종 인재들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19층에선 새식구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 중이었다. 이런 오리엔테이션이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열린다.
이는 모든 구성원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지향하는 방 의장 스타일 때문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회사가 종합 콘텐츠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게임·IT업계 자본과 인력이 상당수 유입된 영향도 크다. 박지원 현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도 게임회사 넥슨 출신이다.
이날 만난 홍보팀 H님과 I님도 각각 다른 업계에서 지난해 하이브로 옮긴 이들이다. “이직 후 근무 만족도가 어떠냐”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둘은 엄지를 척척 들어올렸다. 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하이브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 확장, 관계다. 이제는 ‘가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BTS의 기획사’ 정도로는 하이브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미 게임, IT, 종합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을 엔터테인먼트와 연결시켜 무한 확장하고 있다.
하이브의 사업은 △레이블 △솔루션 △콘텐츠 세 부분으로 나뉜다. 레이블은 기존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생각하면 된다. 2005년 빅히트로 출발해 플레디스, 쏘스뮤직, KOZ엔터 등 다양한 엔터 기업을 흡수한 하이브는 이들 기업을 빅히트로 묶지 않고 각각의 레이블로 유지 중이다. 이는 레이블마다 고유의 음악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이블 확장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이브는 미국 법인을 통해 유명 레퍼 릴 베이비 등이 소속된 퀄리티 컨트롤 뮤직,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대형 팝스타들과 함께하는 스쿠터 브라운 프로젝트와 손을 잡았다. 일본 법인도 멀티 레이블을 갖추고 있다.
솔루션 사업은 레이블을 지원하고 사업 영역을 넓히는 각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AI오디오 기술을 가진 슈퍼톤, 상품 제작과 라이선싱 사업을 담당하는 하이브IPX가 있으며 지난해엔 하이브 IM을 통해 게임업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플랫폼 사업은 ‘위버스’로 대표된다. K팝 팬들이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위버스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해 라이브 스트리밍과 커머스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특히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획사 가수, 배우, 외국 아티스트들도 참여할 수 있어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하이브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종합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그 중심은 철저히 본연의 정체성인 ‘음악’에 있다. 하이브는 “앞으로도 멀티 레이블 체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모색해 음악을 필두로 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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