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왕도마뱀아 어디서 왔니?" 경북 영주의 실물 추적했습니다

송혜수 기자 2023. 7. 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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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경북 영주시에서 발견된 사바나왕도마뱀의 모습 〈사진=영주소방서·송혜수 기자〉

"저 정도면 악어로 오해하겠는데?"



경북 영주에서 대형 도마뱀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일부 사람들이 보인 반응입니다.

앞서 이 지역에선 '악어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혹시 신고자가 이번에 발견된 대형 도마뱀을 보고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대형 도마뱀이 발견된 지점은 영주시 휴천동의 한 사료공장으로 악어 신고가 접수된 영주시 문수면 무섬교와는 약 10㎞ 떨어져 있습니다.

대형 도마뱀이 발견된 지점은 영주시 휴천동의 한 사료공장으로 악어 신고가 접수된 영주시 문수면 무섬교와는 약 10㎞ 떨어져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취재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29일 경북 영주를 직접 찾았습니다.

경북 구미의 한 동물원에서 사바나왕도마뱀을 임시 보호하고 있다. 〈영상=송혜수 기자〉

제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먼저 도마뱀의 실물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도마뱀은 여러 기관을 거쳐 경북 구미의 한 동물원에 옮겨져 있었습니다.

경북 영주소방서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지난 27일 도마뱀을 포획해 영주시 환경보호과에 인계했습니다. 이후 영주시 환경보호과는 대구지방환경청에 도마뱀을 인계했고, 대구지방환경청은 경북 구미에 있는 한 동물원에 도마뱀을 임시로 맡겼습니다.

사바나왕도마뱀〈영상=송혜수 기자〉

취재진은 해당 동물원 측의 협조를 받아 안정을 취하고 있는 도마뱀을 조심스레 만났습니다.

이 도마뱀은 주로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외래종 파충류인 사바나왕도마뱀으로 다 자라면 꼬리를 포함한 전체 몸길이가 1.3m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도마뱀의 실물은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김동욱 사육사와 함께 도마뱀의 꼬리를 포함한 전체 몸길이를 측정해 본 결과 72㎝였습니다. 몸무게는 2400g이었으며 성별은 암컷으로 추정됩니다.

사바나왕도마뱀의 전체 몸길이는 72cm였다. 〈사진=송혜수 기자〉

김 사육사는 "포획 당시 사진을 보면 도마뱀이 굉장히 커 보이는데, 도마뱀을 중심으로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사육사는 "이 도마뱀은 악어와 비교하기엔 생김새가 다르지만, 일반인이 아주 멀리서 보면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발견된 도마뱀은 상처가 없고 만졌을 때 저항하지 않아 사람의 손을 탄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애완용으로 누군가 기르던 것일 수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저울에서 내려가고 싶어 하는 사바나왕도마뱀 〈영상=송혜수 기자〉

사바나왕도마뱀아, 넌 어디서 왔니?



그렇다면 누군가 도마뱀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도마뱀의 동선을 추적하기 위해 발견 장소인 영주시 휴천동의 한 사료공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사료공장 인근에는 하천이 있었는데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사바나왕도마뱀이 발견된 경북 영주시 휴천동 사료공장 인근 하천의 물이 말라있는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

물길을 따라가 보니 하천은 원당천으로 이어져 서천을 거쳐 악어 신고가 들어왔던 내성천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내성천으로 향할수록 하천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습니다.

이곳 내성천 인근에서 영주시청 안전재난과 관계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달 20일부터 내성천 인근에서 현장 근무를 했다는 이 관계자는 "지난달 13일 '악어가 물 밖에 있다가 내성천 안으로 들어갔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악어를 본 적이 없다"며 "사료공장 인근에서 발견된 도마뱀을 보고 신고자가 악어로 오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악어 목격 신고가 접수된 영주시 문수면 무섬교 인근에 걸린 현수막 〈사진=송혜수 기자〉

전문가 "사바나왕도마뱀은 수영 못해…육상으로 이동했을 수는 있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문대승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이사는 "사바나왕도마뱀은 수영에 능한 종이 아니다"라며 "왕도마뱀 중에서 물왕도마뱀 같은 경우 수영을 잘하지만 사바나왕도마뱀은 아프리카 대륙 지역에 서식하는 종이기 때문에 수영을 못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이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바나왕도마뱀을 발견하는 것이 흔하지 않으니 멀리서 보면 악어와 헷갈릴 수 있다"며 "다만 악어 신고자가 필리핀 출신 노동자로 알고 있다. 이들은 자국에서 악어와 도마뱀을 많이 봤을 텐데 악어와 도마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악어 목격 신고가 들어온 내성천 모습 〈영상=송혜수 기자〉

사바나왕도마뱀이 육지로 10㎞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문 이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바나왕도마뱀은 이동하면서 먹이를 찾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며칠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문 이사는 "사바나왕도마뱀은 사이테스(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보호를 위해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 2급에 해당하는 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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