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근무중 사고 장애 딛고 27년째 선행 실천 경찰관
"월급 10% 돕는데 쓰자는 신조…선한 영향력 전파하고 싶어"
(성남=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롤 모델이었던 선배님을 보고 시작한 봉사가 벌써 27년째가 됐네요."
동네 주민과 동료들로부터 '따뜻한 경찰관'으로 통하는 경기 성남중원경찰서 대원파출소 이광덕(50) 경위는 오랜 선행의 계기를 묻는 말에 이렇게 회고했다.
이 경위는 1997년 6월 임용돼 당시 성남중부경찰서 신흥2파출소로 첫 발령을 받아 근무하면서 성남외국인노동자센터(현 성남이주민센터)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던 한 선배 경찰관의 영향을 받아 지역 주민 돕기에 나섰다.
당시 선배 경찰관이 평소 업무에 솔선수범을 하는 모습만 하더라도 배울 점이 많았는데, 비번일 때면 외국인 노동자를 찾아가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챙기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경찰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담당 지역을 중심으로 곤경에 처하거나 딱한 사정이 있는 주민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길을 건넸다.
한 번은 동네의 한 할머니로부터 "우리 손주가 마트에서 물건을 훔쳤다. 우리 집으로 와서 좀 혼내줄 수 있겠느냐"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는데, 신고자가 사정이 딱한 조손가정의 가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눔을 시작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서 6세·3세의 손자 2명을 키우고 있었다고 한다.
이 경위는 주민센터를 통해 해당 가정에 쌀과 라면 등 식료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14년간 매월 10만원씩을 후원했다.
이 경위는 이뿐만 아니라 봉사 활동에 관해 영감을 받았던 성남이주민센터에 매월 5만원씩을 기부하는 등 곳곳에 온정을 나눴다.
이 경위는 "월급의 10%는 남을 돕는 데 쓰자는 게 생활신조"라며 "돈이야 조금 없더라도 또 벌면 되지 않겠느냐"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역의 홀몸 어르신을 찾아 안부를 묻고,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일도 수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경위의 '체크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어르신은 총 54명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 고령이어서 이제 돌아가신 분이 많아 현재는 4명의 홀몸 어르신을 찾아 뵙고 있다고 이 경위는 말했다.
이 경위는 주간·야간·비번·휴무로 돌아가는 파출소 근무 체계에 맞춰 비번에는 상대원1동 복지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봉사 활동도 10년 넘게 꾸준히 했다.
식사 준비에서부터 밥 퍼주기, 잔반 처리까지 한 번에 3시간 이상 걸리는 고된 일이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러나 불행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2011년 1월 겨울 어느 날,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해 사고를 수습하던 이 경위는 2차 사고를 낸 차량에 치여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
자칫 다리를 쓰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였지만, 휴직하고 3년 8개월간 13차례에 걸친 수술과 꾸준한 재활 치료로 이 경위는 다시 일어섰고, 2014년 9월 복직했다.
그는 '우측 하지 비골신경 손상'으로 6급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복직 후 봉사활동에 더욱 매진했다.
사고 당시 받은 합의금 5천만원을 순직·공상 경찰관 가족을 위해 기부했고, 또 한 언론사로부터 받은 영예로운 제복상 상금 1천만원도 같은 목적으로 기부했다.
이 경위는 "나 역시 근무 중 다친 공상 경찰관으로서 순직·공상 경찰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도경 경무계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경찰 가족에게 기부금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 경위는 기부·봉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성남시장 표창과 경기도의회 의장 표창을, 2020년에는 경기도지사 표창을 잇따라 받았다.
이 경위는 이달 집중호우 기간 길이 15m, 너비 30㎝가량의 포트홀을 선제적으로 안전 조치해 사고를 예방하는 등 본연의 직무에도 소홀함 없이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봉사활동 사실을 말하기를 부끄러워했던 이 경위는 "(언론 보도로) 조금이나마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서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예전처럼 활발한 봉사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주변을 돌아보고,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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