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토리]삼성·SK하닉, HBM '적층 경쟁"…'16단' 누가 먼저?
삼성도 개선된 NCF 기술로, 12단 제품 양산성 확보 중
다음 고지는 '16단'…고성장 HBM서 누가 먼저 도달 관심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빅데이터와 챗GPT 등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주목 받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치열한 기술 개발을 벌이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TSV(Through Silicon Via)로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최근엔 성능만큼 HBM의 '단수'도 주목받고 있다.
메모리 업계는 한정된 공간 안에 더 많은 용량의 메모리를 넣기 위해 적층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나올 '16단' 제품은 현재 기술 만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일 수 있어, 누가 먼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성공할 지 관심거리다.
SK하이닉스 '현존 최고 용량', 12단 시대 열어
HBM은 D램 칩을 쌓을수록 용량이 커지는데, 더 많이 쌓으려면 D램 칩의 두께가 필연적으로 얇아지게 된다. SK하이닉스가 발표한 '12단 HBM3'는 기존 8단 제품보다 40% 얇다. 그래서 칩의 개수는 늘었지만 높이는 같다. 그럼에도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했다.
하지만 그 결과 D램 칩을 붙이는 과정에서 밑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이에 따라 웨이퍼의 휨(Warpage)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웨이퍼 끝단이 화살처럼 구부러진다고 해서 '웨이퍼 보우(Wafer Bow)' 현상이라고 한다. 올해 나온 12단 제품부터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이 경우 회로 패턴을 제대로 새길 수 없어 불량품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신 공정은 칩을 쌓을 때마다 위에 얇은 패드를 가접착해 휘어짐을 예방한다. 이어 칩을 다 쌓은 뒤 포장할 때 액상 재료를 압력으로 흘려 넣어 굳히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개선했다. 또 신규 보호재를 사용해 열 방출도 줄였다.
SK하이닉스는 HBM 3세대 제품인 'HBM2E'부터 MR-MUF 기술을 적용했고, 올해 양산에 들어간 12단 HBM3부터는 휨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하며 공정 전환에서 생긴 어려움을 풀고 있다.
"HBM3 양산성 확보" 삼성전자도 12단 제품 본격화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삼성전자는 특성이 훨씬 개선된 'NCF(비전도성 접착 필름)'를 HBM3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양산성을 확보해 고객에 출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NCF 기술은 쌓을 때마다 필름 형태의 소재를 깔면서 칩을 부착하는데, 12단 제품에 이르러서는 휨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당사의 NCF는 칩 전면을 열과 하중을 인가해 본딩(접합)하기 때문에, 칩 휘어짐을 용이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12단 HBM 제품에는 칩 간극을 줄이고 열 배출을 최적화한 세계 최초 7마이크로 기술을 적용해 양산 중"이라며 효율적인 열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HBM 높이가 높아질수록 두꺼워지면서 발열 제어가 어려워지는데, 이 같은 문제를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적층 경쟁 가열…16단 고지 누가 먼저 오를까
양사는 올해 하반기 차세대 제품을 내놓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HBM3E 제품 샘플을 준비할 예정이며, 차차세대 제품인 'HBM4'도 2026년 양산 예정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 HBM3P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12단 다음 단수는 '16단'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단 HBM3에서 각자 사용한 기술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이에 양사 모두 칩과 칩을 직접 접착시키고, 데이터 통로를 곧바로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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