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종 진단 놓쳐 하지 마비…대법 "의사, 주의의무 위반"

이준호 기자 2023. 7.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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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는데, 의료진이 이를 놓쳐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3일 환자 A씨와 그의 자녀가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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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충남대병원 내원
자기공명영상 검사…'척추관 협착증' 등 진단
담당교수 부재로 인근 병원으로 전원 조치
나흘 뒤 방문해 수술…하지 마비, 보행 불가능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는데, 의료진이 이를 놓쳐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게양대에 태극기와 법원기가 펄럭이는 모습. 2018.12.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는데, 의료진이 이를 놓쳐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3일 환자 A씨와 그의 자녀가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2일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충남대병원을 내원했다. 정형외과 전공의 B씨는 A씨에 대한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진행한 뒤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좌측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담당교수의 부재로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을 진행하지 못하고 대증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A씨는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내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B씨는 전원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MRI 검사 결과에는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 경막외 혈종, 척수 압박 중등도 이상'이라고 기재돼 있었는데 B씨가 이를 놓치면서 발생했다.

병원을 옮긴 이후 점차 증상이 심해진 A씨는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났고, 같은 해 10월6일에서야 충남대병원을 다시 찾아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하지 마비로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에 A씨 등은 B씨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2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B씨의 전원조치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의료 행위라고 보지 않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응급환자를 이송받는 의료기관에 진료에 필요한 의무기록을 제공해야 하는데 첨부자료에 보면 임상검사 및 영상의학검사 부분이 체크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는 통상적 업무처리에 따라 이 사건 전원시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충남대병원 전경

이어 "원고가 옮긴 정형외과 의료진에게 증상을 알렸음에도 응급 수술 등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다가 10월6일에서야 수술을 받게 된 점을 비춰보면 원고가 신속한 수술을 받지 못한 것이 전원의뢰서에 경막외 출혈 증상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진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척추 경막외 혈종은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 후 12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치명적이고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응급상황을 대비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는 자기공명영상을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상당량의 청구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진료기록에도 척추 경막외 혈종에 대한 기재가 없다"며 "혈종을 진단하고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해 전원조치를 한 것이라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o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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