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29) '강력한 탄소흡수원' 블루카본 연구하는 권봉오 교수
"탄소중립 위해 해양생태계는 매우 중요…보존·복원 노력해야"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군산=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탄소 중립에 있어 바다의 가치는 날로 무게감이 커지고 있는데 관련 연구는 부족합니다. 블루카본 연구에 뛰어든다면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전북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권봉오 교수는 블루카본 연구의 잠재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블루카본은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육지의 대표적인 탄소 흡수원인 산림은 대형 산불이 나면 한순간에 그 기능을 잃지만 해양 생태계는 간척이나 개간하지 않는 이상 태풍에도 잘 견뎌낸다. 블루카본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다.
물론 모든 해양 생태계가 블루카본 서식지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현재까지 탄소흡수원으로 맹그로브(열대 연안 수림)와 염습지(갈대 등 염생식물의 군락지), 잘피림(바다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들의 군락지) 등 3가지만 인정하고 있는데 연구를 통해 이 습지가 흡수하는 탄소의 규모를 수치화해 흡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과제가 된 상황에서 블루카본은 그 자체만으로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또 국가 간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거래가 현실화한다면 탄소 배출량을 거래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엔 염습지와 잘피림이 있는데, 지난해 IPCC의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이 염습지가 탄소 1만t을 흡수한다고 인정받았다"며 "국제적 인정을 위해 블루카본을 연구하고 생태계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갯벌에서 시료를 채취해 유기 탄소량과 탄소 침적률 등을 분석해 '서남해 갯벌 내 유기탄소 저장량 및 연간 탄소 침적률 산정'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서남해 갯벌의 블루카본 잠재량에 대한 조사였다.
지난해부터는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블루카본 기반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조성 기술개발 사업'(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 김종성 교수)을 진행하며 조하대(항상 물에 잠겨있는 갯벌) 퇴적물을 연구하고 있다. 갯벌과 조하대는 새롭게 떠오르는 탄소 흡수원이다.
아직 연구를 마무리하지 않았지만 권 교수는 조하대가 상당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권 교수는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갯벌의 생산성이 뛰어나고 세계 최초로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독일 와덴 갯벌보다 생물다양성이 뛰어나다는 걸 밝혀냈다"며 "서해와 남해에 형성된 조하대 30곳을 조사 중인데 상당한 양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탄소흡수원을 발견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기존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쓰임을 다 하고 방치되어 있는 염습지 등을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블루카본 연구와 함께 군산대 새만금환경연구센터장을 맡아 새만금 연안 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부안과 군산을 잇는 방조제를 축조하는 새만금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으로 주목받았으나 연안의 생태계 변화와 담수호 수질관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개발 논리와 환경보호 논리가 꾸준히 부딪쳐 왔다.
권 교수는 "간척사업에 의한 새만금 내측과 외측의 환경변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새만금의 생태환경을 알아야 친환경적인 개발을 할 수 있다. 수질이 나쁜 새만금에는 그 어떤 기업도 유치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앞으로도 갯벌이나 해조류, 해저퇴적물 등이 IPCC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받도록 연구하고 블루카본의 잠재력을 밝히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해양환경 연구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바다가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며 "지구 환경이 바뀌면서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바다와 생물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탐구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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