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전 질병있어 연금 지급 거부…법원 "장애 주원인 발생 시점 봐야”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신장애 원인이 국민연금 가입 이전에 있었다며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한 국민연금공단(공단)의 처분에 대해 주된 원인이 발생한 시점을 따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최근 강모씨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연금 지급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강씨는 지난 2020년 2월 “신체통증으로 우울 증상의 반복에 따른 조현병이 발생했다”며 공단에 장애연금을 신청했다. 강씨는 국민연금 가입 중인 2015년 7월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공단은 강씨에 대한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강씨가 국민연금 가입 이전인 1996년 ‘허리통증으로 인한 우울감’으로 진료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가입 중’ 생긴 질병, 부상으로 인한 신체, 정신상의 장애가 있다면 그 정도에 따라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공단은 강씨가 앓는 정신장애 원인을 우울증으로 판단했다. 또 우울증은 강씨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기 전에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강씨가 장애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씨의 정신장애 원인이 조현병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신장애 원인을 우울증 발생시점으로 보고 연금 지급을 거부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 강씨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결과와 강씨의 진료를 지속적으로 담당해오며 조현병 진단을 내린 의사의 소견 등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에도 강씨 정신장애의 원인 상병이 조현병으로 기재돼 있고 법원 감정인은 원고 정신장애의 원인 상병은 우울증이 아니라 조현병이라고 감정했다”며 “강씨 정신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은 조현병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단은 강씨 정신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은 1996년 발병한 ’우울증 등‘이라고 주장한다”면서도 “그러나 법원 감정인이나 강씨를 직접 진료해 온 의사가 정신장애의 주된 원인이 된 질병이 조현병이라고 분명하게 진단했고 의사들의 객관적이고 의학적인 판단을 뒤집을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우울증은 강씨의 국민연금 가입 전인 1996년경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정신장애의 원인이 된 조현병은 의학적ᆞ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국민연금 가입 중인 2005년경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