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장애연금 지급 거부한 국민연금공단 '패소'

法 "국민연금, 강씨에 대한 장애연금 지급 거부처분 취소하라"
연금 가입 이후 조현병 초진…"의학적 판단 뒤집을 증거 없어"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허리 통증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조현병을 얻은 환자에게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한 국민연금공단이 소송에서 패소했다.

국민연금은 연금 가입 이전에 발생한 정신장애이기 때문에 장애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재판부는 의료진 진단 결과에 주목해 국민연금의 거부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강모씨가 국민연금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연금 지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가 2020년 4월9일 원고에게 한 장애연금 지급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강씨는 1999년 4월1일 국민연금 가입 이전인 1996년 6월29일경 허리통증으로 인한 우울감 진료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진료기록에 따르면 진단명 허리통증 옆에는 질병분류기호 F22(지속성 망상장애 또는 편집증)가 기재돼 있었다.

국민연금은 F22 기재에 주목해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강씨의 우울증은 연금 가입 이전부터 발생한 것이며 우울증은 국민연금 장애심사규정상 정신장애 원인이 되는 질병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구 국민연급법 67조1항에 따르면 장애연금 지급 조건은 연금 가입 기간 내 발생한 질병·부상에 따른 장애에 한한다.

또 정신장애 원인이 되는 질병에는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비정형정신병, 알콜중독장애, 일산화탄소중독, 두부외상 후유증, 뇌혈관계질병 등이다. 우울증은 포함되지 않는다.

강씨는 허리통증에 따른 우울증이 반복되면서 조현병을 얻게 됐다고 주장했다. 처음 조현병 진단받은 시점이 국민연금 가입 이후(2015년 7월30일)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거부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요컨대 쟁점은 강씨의 정신장애 원인이 되는 질병을 '연금 가입 이전에 발생한 우울증'으로 볼지, '가입 이후 진단받은 조현병'으로 볼지에 관한 것이다. 강씨는 2018년경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강씨의 정신장애 원인을 조현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강씨의 장애연금 지급 청구 당시 작성한 경위서, 국민연금 장애심사용 진단서, 법원 감정 등을 종합한 결과 '정신장애 원인 상병이 조현병'으로 일괄 기재돼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적한 F22에 대해서는 "잠정 기재한 진단코드며 이후 진료가 계속되면서 실제 통증임을 확인한 후 삭제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당시 코드를 직접 기재한 의사의 회신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우울증은 원고의 국민연금 가입 전인 1996년경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현재 원고 정신상태 원인이 된 조현병은 의학적·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국민연금 가입 중인 2005년경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원고의 조현병이 가입 전에 발생한 것이라도, 그 초진일은 가입 중인 2015년 7월30일"이라며 "원고가 가입 당시 조현병 발병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원고의 조현병은 가입 중에 생긴 질병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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