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종 진단 놓쳐 하지마비…대법 "의사 주의의무 위반 여지"

박승주 기자 2023. 7. 30. 0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의사가 환자의 MRI 판독 결과에 나타난 혈종을 간과해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심 "전원조치, 합리적 선택" 원고패소
대법 "정보 미제공 등 과실 살펴야" 파기환송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의사가 환자의 MRI 판독 결과에 나타난 혈종을 간과해 환자의 다리가 마비됐다면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허리통증으로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찾았고 전공의 B씨는 요추 MRI 검사을 진행했다. B씨는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하면서 "입원하더라도 당장 수술하지 못한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A씨는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받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오겠다"고 했고 B씨는 A씨 자택 인근의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조치를 했다. 그런데 A씨는 마미증후군 등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했고 충남대병원으로 재전원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하지마비의 영구장해가 발생했다.

A씨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쟁점은 A씨를 전원조치한 것을 과실로 볼 수 있을지, B씨가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지 등이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해 전원조치를 한 것은 진료방법 선택의 합리적 범위에 있다"며 "B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신속한 수술을 받지 못한 것이 전원조치 시 B씨가 출혈 증상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없다"며 "A씨에게는 가벼운 신경학적 증상만 있어 수술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에게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진단상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는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면서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A씨의 요추 MRI 검사 판독 결과에는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 경막외 혈종, 척수 압박 중등도 이상'이라고 기재됐는데 B씨가 이를 간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MRI 검사 결과 흉추와 요추에 걸쳐 상당량의 경막외 혈종이 나타났는데 척구 경막외 혈종은 발생 후 12시간 이내 수술받지 않으면 하지마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B씨는 영상의학과 의사의 판독 없이 자체적으로 MRI 결과를 확인하면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원 의뢰서나 동네 병원 진료기록에도 척추 경막외 혈종에 관한 기재가 없다"며 "B씨가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했으면서 전원조치한 것이라면 신속한 대응조치를 위해 A씨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급심이 주의의무 위반여부와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B씨가 척추 경막외 혈종을 쉽게 진단할 상황이었는지 △진단하지 못했다면 보존적 치료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진단했다면 A씨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정보 제공이 미흡했던 게 A씨 하지마비에 영향을 줬는지 등을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par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