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피곤한 나, 혹시 간염?…무시했다간 무시무시한 일 벌어져요 [생활 속 건강Talk]
자각증상 없어 조기발견 어려워
B형은 접종, C형 즉시치료 중요
간염 방치땐 간암 진행될 수 있어
간암은 ‘침묵의 암’이라고 불린다. 간은 70% 이상 손상되기 전에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는 암이기 때문이다. 간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도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거의 없거나 미미한 편이다. 증상이 나타나도 B형·C형 간염과 같은 간질환 병력이 있던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통계청 ‘2021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간암은 암에 의한 사망원인 중 폐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간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바로 B형간염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 넷 중 셋은 간염이 원인이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간염 중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간염은 유형에 따라 A·B·C·D·E형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 환자는 B형, A형, C형 순으로 많다. 이단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최원혁 건국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 등의 도움말을 통해 간암 증상과 치료,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우리 몸 속 면역 체계에 의해 바이러스가 제거되면 6개월 이내 급성 간염을 앓고 대부분의 경우 완전히 회복된다. 하지만 급성B형간염의 5~10%는 만성으로 진행된다. 만성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감염 당시 연령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아의 경우 90% 이상, 성인에서는 5% 정도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한다. 만성간염을 심하게 오랫동안 앓으면 점점 간의 정상구조가 파괴되고 심한 섬유화가 초래돼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거나 간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
B형간염의 감염 경로는 바이러스를 보유자의 혈액, 체액, 분비물이다. 오염된 면도날이나 주사바늘, 칫솔을 공동으로 사용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음식물 섭취를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때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급성B형간염은 식욕부진, 구역, 구토, 우상복부 불편감, 황달, 미열이나 감기 유사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만성B형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거의 없으며 일부 무력감, 권태감, 소화불량 등을 호소한다. 만성B형간염이 악화될 때 미열이나 황달, 가려움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B형간염은 거의 대부분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회복된다. 하지만 만성B형간염으로 진행되면 상황에 따라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이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이단비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B형간염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바이러스의 양성 상태를 빨리 종식시켜 염증이 지속되는 것을 막고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 산모로부터 태어난 신생아에게는 백신과 함께 면역글로불린(HBIG)을 같이 주사해야 한다. 면역글로불린과 백신 접종을 제대로 완료해도 3~12% 가량에서는 수직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B형간염 임산부의 경우 간기능이 양호하더라도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높으면 임신 후반부에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 수직감염 발생률을 낮춰야 한다. 모유수유로 인한 B형간염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은 분유 수유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출생 직후 신생아가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B형간염 예방접종 주사를 맞았다면 모유 수유를 금하지 않는다.
혈액 매개 감염이기 때문에 출혈이 동반될 수 있는 치과 치료와 같은 의료기관이나 무허가 혹은 비위생적인 장소에서의 문신, 피어싱, 침습적 시술, 주사기 공동 사용 등 과정에서 집단 감염될 위험도 있다. 국내에서 2015년과 2016년 의료기관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70~80%의 환자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된 후 발견하게 된다. 무증상에 심각한 질환으로까지 악화되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예방 백신이 없어 예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치료는 쉬운 편이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8~16주 치료를 받으면 99%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간암으로 악화되기 전 C형간염 단계에서 치료하면 간암 발생 위험을 70%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대한간학회 홍보이사인 최원혁 건국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오랜 시간 무증상으로 숨어있다 간경화나 간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되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환자를 찾아내 완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무엇보다 예방백신이 없는 만큼 검진을 통한 치료가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C형간염의 국가검진 도입을 통해 숨어있는 환자들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20∼40대가 A형간염에 가장 취약하다. A형간염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항체 보유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과거와 다르게 생활수준과 함께 위생수준이 높아지면서 어린 시절 A형간염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그 원인이다. 따라서 A형간염 예방접종력이나 감염력이 없는 20~40대의 경우, A형간염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2015년부터 국가기본예방접종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A형간염은 대변에 오염된 물, 우유, 음식물 특히 오염된 물에서 자란 조개류를 익히지 않고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다.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수혈을 받거나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A형 간염의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에 철저하게 손을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A형간염 바이러스는 음식물 섭취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식사 전후와 배변 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음식물은 충분히 끓여서 먹어야 한다. 85도 이상에서 1분만 끓여도 A형간염 바이러스는 사라진다. 행주나 물수건은 자주 삶아 햇빛에 말려 쓰도록 하는 등 평소 생활 습관에서 깨끗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단비 교수는 “A형간염은 백신이 잘 개발되어 있으며 백신 효과도 95% 이상인 것으로 보고된다”며 “A형간염에 대한 항체가 없는 경우 예방접종을 시행해 면역력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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