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웨이, 하쿠시, 이 선생‥3개국 마약조직 추격전

임명찬 chan2@mbc.co.kr 2023. 7. 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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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의 <범죄도시3>. 전편에 이어 천만을 돌파했는데 똑같이 사건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지난 2018년 무려 112kg, 370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역대 최대규모의 마약 밀수 사건. 한국과 일본, 대만 3개국 마약 조직이 벌인 블록버스터급 검은 거래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마약 첩보#

2018년 4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첩보가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대만 3대 폭력조직 '죽련방'이 필로폰을 한국에 대거로 뿌릴 거란 내용.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첫 제보는) 대만 애들이 인천 김포공항을 통해서 (필로폰) 약 2킬로가 들어온다.."

김포와 부산을 오가며 잠복을 했지만, 소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8월에 들어온 또 한 건의 첩보.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죽련방) 조직원들이 마포에 있는 모 카페 화장실에다가 샘플을 갖다 놨다' 우리가 이제 그 카페를 찾아간 거죠."

사건이 시작된 첫 날입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화장실에서 변기 뚜껑을 열어 보니까 거기 마약 샘플이 있었고 그때부터 아, 이건 진짜였구나!"

#추적..또 추적#

카페 주변 CCTV를 뒤지다 포착된 한 수상한 외국인 남성.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동양인이 휴대폰 번역기를 써서 '이 카페 맞느냐'고 물어봤대요. 종업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여기 맞다' 그러니까 '화장실 어디냐'를 또 번역기로 물어본 거죠."

인근 CCTV를 돌려보며 남성의 동선을 쫓았습니다. 그래서 발견한 장소는 약 3km 떨어진 서울 서대문의 한 원룸.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월세로 사는 게 나왔어요. 이름을 확인했고, 일단은 마약샘플은 거래한 게 맞으니까 체포영장을 받아놨고."

수상한 외국인의 정체는 대만인, 이름은 장웨이였습니다. 그런데 장웨이가 한 달 전에 대만에서 정체불명의 '나사제조기'를 수입해 경기도 화성의 한 창고에 보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대만인 명의로 나사제조기가 수입이 됐어요. 세관에서 '이게 도대체 뭐냐' 그러니까 '쇠를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나사가 생기는 거다' 황당한 서류를 냈어요."

마약을 나사제조기에 숨겨 한국에 가져온 뒤 다시 서대문 원룸에 옮긴 게 아닌지 의심한 경찰. 거래 현장을 덮치기 위해 미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눈치를 챈 걸까. 장웨이가 돌연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인천공항으로 가는 거예요. 도망가는 것 같아서 바로 쫓아갔죠."

긴급체포된 장웨이. 경찰은 곧바로 서대문 원룸을 수색했습니다.

#필로폰 112kg..야쿠자의 등장#

원룸에서 나온 건 4개의 여행용 가방, 1kg씩 담긴 필로폰 봉지가 무려 90개나 쏟아졌습니다. 무려 300만 명분. 이미 내용물이 사라진 빈 봉지들도 22개. 다 합치면 112kg, 시가 3천700억 원어치나 됐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진짜 영화에서나 보던 거. 이게 뭐 마약인지 밀가루인지 진짜 구분이 안 되는 거예요."

사라진 22봉지, 마약 22kg은 어디로 간 걸까?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한 달 사이에 벌써 국내에 벌써 다 유통됐더라고요. 장웨이 진술이 마약을 가지러 온 사람은 일본 야쿠자로 알고 있다.."

장웨이와 일본 야쿠자는 본국에 있는 조직의 지시에 따라 비밀리에 접선했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지폐에 있는 일련번호를 사진을 찍어서 대만 죽련방에 보내요. 죽련방에서 일본 야쿠자 보스에게 보냅니다. 보스가 현장에 있는 조직원한테 또 보내줘요. 얼굴도 모르고 호텔 입구에서 물건만 건네주는 거죠."

접선 장소인 호텔 CCTV에 포착된 한 남성. 바로 장웨이에게 마약을 구매한 야쿠자 '하쿠시' 입니다. 하쿠시는 도쿄 롯폰기가 거점인 이나가와카이 조직원. 하쿠시를 쫓던 경찰 앞에 의외의 인물이 또 나타납니다.

#얼굴없는 마약상 이 선생과 그림자#

대전에서 하쿠시와 한 남성이 마약 거래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바로 '이 선생'. 국내 마약 유통의 1인자지만 '얼굴없는 마약상'으로 불린 인물입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대전 XX호텔 앞에서 하쿠시가 내려서 트렁크에서 마약을 꺼내 들고 움직입니다. 이때 이 선생이 거기서 물건을 받아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장에서는 물건만 받고 약 3일 뒤 동대구역에서 돈을 건넸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우리가 그렇게 잡고 싶어한 이 선생이에요. 이 선생이 이제 나왔어요."

결국 대구에서 이 선생을 검거했지만,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조 과장은 이미 60대인 이 선생 설득에 나섰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 '감옥에 가면 20년, 30년 살아야 하는데 손주들도 있는데 손주 지금 몇 살이냐?' 그러니까 거기서 이 선생이 약간 마음을 바꾸게 되는 거죠."

그런데 뜻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사실은 내가 1인자가 아니고 뒤에 그림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누구냐고 하니까, '그게 성일이다'. 이제 없던 성일이가 나오는 거예요."

이 선생으로 알려진 마약계 거물 뒤에는 성일파 두목 윤 씨가 있었습니다.

#그림자 윤 씨 검거..밝혀진 사건의 전말#

전국 수사기관 정보원들이 모두 바빠졌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마약계 대부들한테 물어보니까 '이 사건 때문에 지금 성일이 도망 다니는 중이다, 부산에 있다' 이러더라고요."

하지만 한 달 넘는 잠복과 추적에도 뒷북만 쳤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뒤늦게 '아 이 커피숍에 왔구나' CCTV만 확보하고. 윤 씨는 대포폰도 안 쓰고 폰을 아예 안 갖고 다니고, 후배들이 계속 모시고 다녀요."

그러다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평소 고혈압이 있는 윤 씨가 병원에 다녀갔다는 정보를 입수한 겁니다. 현장 인근 CCTV에 윤 씨가 탄 차의 차량 번호가 포착됐습니다.

수사 착수 7개월 만인 11월, 드디어 한국 마약 총책인 윤 씨가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검거됐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D-데이'라고 우리 팀원들 다 내려왔어요. 윤 씨가 호텔에 있는 거 확인하고, 놓치면 안되니까 고생하더라도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다음 날 아침에 나오는 걸 잡았죠."

그렇게 드러난 사건의 전말. 이미 1년 전인 2017년 한국과 대만, 일본의 마약조직 간부들이 부산의 한 호텔에서 회합을 가졌고, 당초 대만 죽련방이 태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총 150kg의 마약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특수제작한 나사제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용량이 112kg여서 그나마 양이 줄었다는 것.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일본은 워낙 통관이 까다로우니까 그나마 당시 마약청정국인 한국을 통해 들어가면 검색이 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원래 단순 경유지였던 한국에서 마약이 일부 유통되면서 이들의 꼬리가 잡혔습니다. 조상현 경감은 마약의 위험성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상현/평창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사 담당)] "처음엔 누구나 호기심 때문에 시작했다가 뽕쟁이가 됩니다. 사실 저도 호기심이 생겼었어요. '과연 얼마나 좋길래 감옥에 가는 걸 알면서도 마약을 할까?' 근데 그걸 참아야 되거든요. 한번 손대는 순간 빠져나오지 못하는 무덤이 됩니다."

이 사건 수사로 특진한 조상현 경감은 현재 고향인 강원도에서 근무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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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찬 기자(chan2@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509063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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