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 구필 대위, 프랑스 육사 기수명으로 영원히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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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에 지난해 9월 입교한 기수의 명칭이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산화한 로베르 구필 대위로 정해졌다.
프랑스 서부 생시르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개최한 기 명명식에서 2025년 7월 졸업할 예정인 209기를 '구필 대위'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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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에 지난해 9월 입교한 기수의 명칭이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산화한 로베르 구필 대위로 정해졌다.
프랑스 서부 생시르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개최한 기 명명식에서 2025년 7월 졸업할 예정인 209기를 '구필 대위'로 명명한다고 밝혔다.
구필 대위는 1941년 생시르 육사를 졸업하고 나서 제2차 세계대전, 인도차이나 전쟁 등에 참전했다가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11월 프랑스 참전대대 1진으로 한국에 발을 들였다.
한국인 장병이 배속된 2중대 중대장으로 쌍터널, 지평리, 단장의 능선 전투 등에서 활약한 구필 대위는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 1951년 5월 인제 전투에서 세운 공로로 군단장 표창을 받았다.
이렇게 혁혁한 전훈을 세운 구필 대위는 프랑스군이 가장 치열하게 싸운 '단장의 능선' 전투가 한창이던 1951년 9월 26일 적군의 진지를 살피러 가던 중 박격포탄에 맞아 전사했다.
구필 대위가 숨을 거둔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 사이 고지에서 1951년 9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이어진 전투로 유엔군 3천700명 이상, 북한 공산군과 중공군 2만5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당시 전황을 취재한 외신 기자는 부상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는 병사를 보고 이 일대를 '비통한 능선'(heartbreaking ridge)이라고 표현했는데, 한국에서는 훗날 이를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빗대 '단장(斷腸)의 능선'으로 의역했다.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창설한 생시르 육사는 생도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귀감이 되는 장교 혹은 전투의 이름을 선정해 각 기수에 붙여주고 있다.
군사학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한 심의위원회가 기수 명칭 후보를 정하면 해당 기수 전원이 투표하고, 육군참모총장 등 프랑스군 고위층 인사들이 기수명을 최종 선정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구필 대위의 이름을 딴 생시르 육사 209기는 내년 상반기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의 방한이 이뤄진다면 프랑스 육사 생도가 1987년 이후 37년 만에 한국을 찾는 것이다.
생시르 육사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수명으로 채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1984년 입교해 1987년 졸업한 171기로, 한국전쟁 당시 미 제2사단 23연대에 배속된 프랑스 대대를 이끌었던 랄프 몽클라르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몽클라르 장군'이 이들의 기수명이 됐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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